숙주나물의 변신

밀교신문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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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성취관 4층에 있는 경주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센터)에서 경주시 관내의 어린이집에 보내드리는 어린이용 식단은 많은 시간과 고민과 열정의 결과물이다. 식단을 제공해야 할 달()보다 1달 반전 완성을 목표로 미리 작성하게 되는데 계절이나 아이들의 선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 산물, 편식을 지양하기 위한 식재료 등 기본 틀로 하여 어린이를 위한 식단이 탄생한다. 이때 센터 직원들의 아이디어, 엄마(결혼한 직원)의 조언 등등 많은 입김과 최근의 요리책들을 뒤져보고 한 달에 한번 두 가지의 메뉴를 직접 조리 시연(마술)하면서 재료의 가감을 통해 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선정되어 마술에 걸린 식재료가 숙주나물이다.

 

숙주나물은 특유의 향으로 아이들에게는 비인기 품목이나 영양적인 면을 고려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맛보게 하려는 의도로 선택되었다. 녹두가 발아하면서 비타민 A, 비타민 B, 비타민 C가 두 배에서 많게는 40배까지 증가하고 소화와 이뇨작용을 돕고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나 담배연기 등의 오염원으로 인한 체내의 카드뮴 함량을 낮추는 대표적인 해독 식품이다. 팥의 일종인 녹두의 싹을 틔워서 먹는 나물로 원산지가 인도라고 추정되는 재배는 3천 년 전이라고 본다. 충청남도 부여 부소산성(백제 유적지)내 군창지에서 녹두가 출토된 바 있어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숙주나물은 원나라 때의 문헌인 [거가필용 居家必用]두아채(豆芽菜)’라는 이름으로 나오며 녹두(綠豆)안두(安豆)’, ‘길두(吉豆)’라고도 하였다. 그래서 살짝 삶아서(데쳐서) 기름과 양념으로 무치는 조리법도 원의 영향을 받은 거 아닐까 예측도 해본다. 곡식을 갈아서 먹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발아를 시켜 그 싹을 먹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는 주로 숙채(익혀서 먹음: 삶기)로 먹으나 동남아나 중국에서는 생으로 그 향을 즐기며 팟타이 등의 음식이 대표적이다.  

 

정조대왕이 즐긴 음식인 잡채에 숙주나물이 사용되었고 광화군 때 이충(1568~?)은 왕이 잔치를 베풀 때 잡채를 맛있게 만들어 바친 공으로 호조판서가 되었다니 맛있는 반찬은 왕도 춤추게 하는 거 같다([원행을묘정리의궤]). 그런데 그때의 잡채는 지금의 당면이 들어간 잡채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오이, , 석이버섯, 표고버섯, 녹두장음(숙주나물) 등은 생야채로 하고 고사리 시금치, 가지 생치 등은 익혀서 꿩고기를 곱게 다진 장으로 끼얹어서 먹는 형태로 구절판에서 밀전병을 뺀 것과 비슷한 모양이다. 탕평채에도 숙주와 미나리를 데쳐서 청포묵과 무치며 조선시대에는 봄이나 여름철에 어른의 생신 아침상에 또한 돌날 점심에 손님들이 받는 국수상에 올리던 반찬이라고 하였다([시의전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세조 때 신숙주로 인해 사육신이 참변을 당하여 만두소로 삶아 짓이겨 넣으며 신숙주를 이렇게... 라며 숙주라고 했다니 만일 콩나물이 만두소로 사용되었다면 콩나물이 숙주나물이 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찾아본 숙주나물의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았지만, 이는 아주 일부이며 우리 음식의 기원은 살펴볼수록 재미있고 자꾸 들여다보고 싶기만 하다. 소개하는 레시피가 숙주의 영양적인 면을 보완하여 재탄생된 어린이집에 제공된 숙주오색잡채이다.

 

재료: 숙주 35g, 오이(또는 파프리카) 15g, 당근 5g, 소금, 식용유, 간장, 설탕, 참기름, 식초, 후추

 

만드는 방법:

오이는 껍질을 벗겨 돌려까기로 채썰어 소금을 뿌려두고 오이는 같은 길이로 채썬다

숙주는 희고 노란 머리를 가진 싱싱한 것으로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볼에 간장, 설탕, 참기름, , 후추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당근, 오이(물기를 쌀짝 짠 후 사용)를 넣고 볶은 후 숙주를 넣고 강불에서 볶아낸다

숙주의 숨이 살짝 죽으면 의 양념장을 넣어 살살 섞는다.(출처: 4~7세 아이가 반한 엄마밥상, 경주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응용, 3~5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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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