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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실정(脫營失精)

밀교신문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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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이 20개월을 넘어가고 있네요. 다들 힘드실 줄로 압니다. 며칠 전 모 방송국의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k-방역의 그늘, 자영업자의 눈물이라는 편명을 방송했습니다. 자신의 상당부분을 갈아서 만든 업장을 닫는 현실에 공감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는데요. 그럭저럭 먹고 살게 해줬던 가게를 접고 스트레스도 심하고 열이 확 오르기도 하고 입은 마르고 식은땀이 나면서 더웠다가 추웠다가 종잡을 수가 없고 식욕이 확 오르기도 하고 입맛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살면서 겪는 여러 감정들을 한의학에서 칠정(七情)이라고 칭하는데요. 희노애락비공경(喜怒哀樂悲恐驚) 7가지 감정을 말합니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겁고 슬프고 무섭고 놀라는 감정입니다. 이런 감정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몸을 상하게 하여 여러 병이 생긴다고 한의학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신적 충격을 너무 심하게 받았을 때 생기는 병증을 탈영실정(脫營失精)이라고 합니다. 옛날 말이라 요새 젊은 분들 표현을 빌리자면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고 할 때 멘붕이라는 표현과 비슷한데, 탈영실정은 좀 더 병증이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탈영이라는 것은 지위가 높았던 사람이 갑자기 지위가 내려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요즘으로 치면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실직을 한 상태로 생각하면 됩니다. 실정이라는 것은, 부유했던 사람이 가난해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요즘으로 치면 잘 되던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 혹은 주식 투자로 돈을 크게 잃게 된 경우 등을 뜻합니다.

이렇게 지위나 재산상 급락을 겪게 되면, 보통 탈영실정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일반적 증상은 입맛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의욕이 없어지고 총기가 떨어져 예전보다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깜짝 잘 놀라는 증상, 팔다리가 저림 증상을 호소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격을 받은 초기에는 화가 나고 흥분을 하게 되고, 중기 이후에는 기운이 없고 정신이 흐릿해지고 우울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찰할 때에는 가슴에 화기가 얼마 정도 남아있는지 판단하고, 몸의 기운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며, 시일이 오래된 경우 위장과 심장에 부담은 없는지 등을 판단해서 치료합니다. 침 치료는 기를 조절해서 가슴에 맺힌 화를 풀고, 답답한 것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다용하고, 오래 되어 기가 손상된 경우 증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서 치료합니다.

 

상기 증상에 해당하는 분은 한의원을 찾아 도움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건강 잘 챙기시고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여종섭/호구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