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복업을 짓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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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있었어요. 너무 잘 넘어져서 늘 무릎이 깨져 있곤 했습니다. 부모님이 잠시만 눈을 돌려도 돌부리에 걸려 멍이 들곤 했지요. 아이가 자라서 이제 넘어지지도, 피멍이 들지도 않았을 때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먼 훗날 그는 자신이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몰래 그 돌을 치웠던 아버지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아버지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지요.

 

어렸을 땐 철이 없어 빨리 어른이 되고만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세상 물정을 알게 되니 어릴 적이 도로 그리워지지 않던가요? 그리고 어렸을 때는 나는 부모가 되면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원망도 종종 하곤 했는데, 막상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님만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깨닫게 되지 않던가요?

 

심지관경에서는 자부(慈父) 은혜는 산과 같고, 비모(悲母) 은혜는 바다와 같다라고 하여 부모의 은혜가 한없이 높고 깊은 것임을 설하고 있습니다. 부모은중경에 따르면 어머니는 자식을 낳으면서 서 말서 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이므로 그 뼈가 검고 가볍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여덟 섬 너 말을 리터로 환산하면 무려 1,512리터나 됩니다. 500CC 잔으로 매일같이 넉 잔씩 4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에요. 너무 많은 양이 아니냐고 따질 법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돌을 전후해서 젖을 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보통 4~5살까지 젖을 먹였고, 더러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엄마 젖을 먹이곤 했지요. 그리고 시간을 정해 놓고 수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 자면서까지도 젖을 물렸기 때문에 살이 헐어서 피가 나 그 피를 함께 먹었으니 결코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정말이지 자식들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지새운 밤이 얼마며, 자식들 때문에 탄 애간장은 또 어떠하며, 자식들 때문에 마른 피는 또 그 얼마입니까. 우는 자식을 업었다가 안았다가 밤새우며 마음 졸이는 부모의 고생은 또 무엇으로 계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을 다 갚아 드리지 못한 것처럼, 또한 자녀로부터 다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이고도 헌신적인 사랑 때문일 겁니다.

 

부모에게 복업을 짓는다고 하는 것은 내가 진실하고 속속들이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부모에게 하는 참된 효순을 말한다. 효순은 가식으로 할 수도 있으니 털끝만큼의 미움이나 수원심 없고 마음속의 부처님에게도 부끄럼 없이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실행론 4-2-3)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