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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진각문학 재발간에 부쳐

밀교신문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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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14년 만이다. 감개무량하다. 나만 그럴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진각종도들의 문학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원력이 함께 모여 진각문학회 재창립을 가능케 한 계기가 되었으리라.

  

일찍이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시에서 나는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그가 독일 나치를 피해 1939년 스웨덴에 머무를 때 쓰여진 시다.

 

한때 종단도 몹시 어수선하여 문학과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혼돈의 이 코로나 펜데믹 시대, 간절한 시절인연이 닿아 다시 진각문학회와 그리고 진각문학이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발돋움의 기회는 분명 뜻깊은 일이다. 우울하고 혼탁한 현실이 브레히트가 말한 바로 두 번째 것, 힘들고 억압된 현실이 문학과 시를 쓰게끔 하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는 분명 고통스러운 불행한 시대이다. 어쩌면 시적 감수성의 회복만이 꽃 피는 사과나무의 감동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고,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고,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일 일터이다.

 

그래서 삼밀문학을 지향하는 진각문학은 인간의 부정적인 것을 우주의 긍정적인 것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진실한 운동으로 만다라 문학을 지향한다.”고 창간사에서 밝히고 있다. 진각문학은 1990년 창간호 발간을 시작으로 2007년 통권 제17호로 발간이 중단된 이래 무려 14년 만의 진각문학회 재창립준비인모임(1120일 예정)’을 앞두고 있다. 이제 재창립을 앞두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삼밀과 만다라문학을 지향하되,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종교(불교)문학으로써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봐야한다.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시가 혹은 문학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문학을 나 혹은 너로 또는 우리로 바꿔 생각했을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어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이렇게 우리 모든 존재는 인드라망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자기성찰에 이르는 길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완연한 가을이다. 오랜 가을장마 끝에 내리쬐는 한 줌 햇살은 희망의 증거다.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부족한 내가 진각문학회 지도스승을 맡게되어 여러모로 부끄럽고 성찰과 자비 그리고 연대를 지혜롭되 성숙된 문학으로 어떻게 이끌어 내야될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지금 여기서 <오래된 기도>(이문재,<지금 여기가 맨 앞>)로부터 시작이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길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아직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