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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왜 부끄러워하나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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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심리상담 다녀라는 말에 주변 반응은 둘로 나뉜다. 보통은 에이~ 네가 그런 델 왜 가?”라며 문제 있는 사람처럼 여기지만 미국에서 생활한 친구들은 오히려 부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정기적으로 상담 받는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거잖아!”. 인터넷 발달 덕분에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우울증이 아닌데 나도 상담받아도 되나?’, ‘상담을 받기엔 너무 사소하지 않을까?’란 걱정부터 앞선 개인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정신적 문제가 누구나 조금씩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만큼 자연스럽다. 칼에 베이면 피가 흐르는 몸과 달리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몸이 아플 때보다 더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상담은 나를 위한 투자이자 마음을 위한 건강검진이다.

 

네이버웹툰엔 여러 직원복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로 심리상담 비용을 현재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회사 지원 덕분에 비용 부담이 덜해도 직접 예약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미루고 망설였다. 심리상담 효과를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까?’란 의구심도 있었지만,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았던 친구들이 주변에 있던 터라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더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상담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마음 돌봄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픔 없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정신적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마음을 진찰해주는 게 심리상담자의 역할이다.

 

죽고 싶을 정도로 극에 다다른 충동을 느껴야만 상담이 필요한 건 아니다. 어쩌다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무감정인 상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적신호다. “한국에서는 정신과 상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아서 친척들을 다 포함해서 가족 중 상담받는 사람은 제가 유일해요라는 내담자의 말에 미국 상담사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에그럼 당신 가족 중 유일하게 당신 혼자 건강하군요!”

 

다행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금쪽같은 내새끼끼> TV 프로그램 덕분에 상담의 필요성과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선입견도 줄고 있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아이들이 상담을 기다리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염송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다스리고 상처가 아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문을 여는 질문을 던져주는 상담사는 성인이 돼서도 필요하다. 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는 성인이 늘어나길 서원한다. 상담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부러울 수 있는 것이다.

 

양유진/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