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설법 39-미연(未然)에 복 심고 미맹(未萌)에 화 끊는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8-27  | 수정 :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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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로서 이익 하는 단바라밀(壇波羅蜜) 행해가면 지혜 밝고 도량(度量) 커서 미연의 복 심게 되고 미맹의 화 끊게 된다.

 
미연은 씨 뿌리기 전을 뜻하며, 발심하기 전을 말합니다. 이때 선(善)·본(本)·정(正)·시(是)·명(明)에 기준을 둔 발심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미맹은 씨가 뿌려진 이후 싹이 나기 전을 뜻합니다. 발심하기 전에 이미 뿌려진 씨앗이 있다면 그 씨앗이 싹이 나기 전에 살펴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연은 현재의 행위를 살피고 미맹은 과거의 행위를 살피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준비, 시작, 진행, 활용, 마침이 있습니다. 다섯 가지 변화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준비<계획(計畫)> 없이 성급하게 시작부터 하는 사람도 있고, 시작은 거창하면서 진행은 흐지부지 할 수도 있고, 진행은 살피지 않으면서 결과만을 독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앞은 챙기지 않으면서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과 같이 시작이 반이 되려면, 철저한 준비가 된 연후에 시작하면 시작 자체가 이미 반의 성공이 된다는 뜻입니다. 준비 없는 시작은 백번을 한들 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은 준비 잘한 사람입니다. 농부는 추수가 끝나면 편안하게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추수한 씨앗 중에 가장 좋은 씨앗을 갈무리하고, 농기구를 손질하며, 둑을 쌓고 땅을 돋우고 밑거름을 준비하면서 겨울을 보냅니다. 야구선수는 한해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이 될 때까지 지구력 키우기 위하여 몸을 단련하며, 공 던지기와 방망이 휘두르기를 수없이 반복할 것입니다. 이것이 미연(未然)이 되는 것입니다. 중생은 완전한 것보다 허물과 흠집이 많습니다. 허물과 흠집을 찾아 원만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미맹(未萌)의 작업입니다. 미맹이란 잘못 뿌려진 씨앗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밑거름으로 삶듯 베풂으로 교체하는 작업입니다. 잘못의 원인을 바로 찾는 것이 미맹의 밀교 수행입니다. 주머니 속에 감춰진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이 염송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중생은 자연과 만물에 비하여 강인한 것 같지만 나약한 존재입니다. 나약하게 된 것은 욕망 욕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우둔함이 욕망의 불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탐욕과 날카롭지 않은 무딤이, 오히려 용맹심이 되어 좋은 방향으로 돌리는 새로운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자성을 찾는 발심으로 희사하며, 현실 일은 무디게 하고, 진리에 밝아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고 정진한다면 악의 습관이 정화되어 바른 습관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일상생활 속에 있습니다.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만물은 과거에 자신이 지어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사용하는 가운데 다시 미래로 이동합니다. 옷을 예를 들면, 과거의 익힌 습관에 따라 그 옷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의 결과입니다. 입은 후에 좋고 나쁨을 판단합니다. 이것이 현재 다시 인이 되어 미래의 옷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과거 인으로 선택된 옷을 현재에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면, 미래의 옷은 현재 옷보다 못한 것으로 결정될 것이요, 고맙게 생각하고 좋게 생각하면 내일은 현재의 옷보다 더 좋은 옷이 결정될 것입니다. 입은 사람 마음이 밝고 맑으면 값싼 옷도 귀하게 보이지만, 입은 사람 마음이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면, 값비싼 옷도 싸구려로 보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입니다.
 
오늘 잘 통하는 것이 내일은 막힐 수도 있고, 이달은 잘 될 것 같지만 다음 달은 안되기도 합니다. 분명히 지금 가진 것으로 평생을 편안하게 살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자연과 사람은 산 순간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무상한 변화는 자신의 마음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리라 집착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것입니다. 눈이 어리석으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베풀지 않고 도움을 받으려 하고, 성내면서 웃기를 바라며, 작은 그릇에 큰 것을 넣으려 하고, 붉은색이 푸르기를 바라는 것은 원인이 탐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은 욕심도 없고 성 낼 줄도 모르고 똑똑하여 모든 것을 베풀면서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어려운 일이나 놀라는 일이나 다급한 일을 당하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발이 멈추며, 갈팡질팡 방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잘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좋고 즐거운 것은 더디게 들어오지만, 빠져나갈 때는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이것 역시 자신의 행위 가운데 선보다 악을 많이 행한다는 것입니다. 재물·권력·건강은 많은 사람이 바라지만, 이것은 한정이 있으므로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반대로 흩어지고 사라지고 잃어버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기에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막아야 합니다. 막는 방법이 삼밀 수행입니다. 삼밀은 자신의 행동과 말의 습관<행위(行爲)>을 살펴서 선악을 가리고, 선후를 가리고, 시비를 가리고, 본말을 가리면서 일체 중생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고 도움을 주는 생활을 하는 것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진각성존께서 교화자에게 2/10 희사법을 실천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1/10은 보은(報恩)의 희사요, 1/10은 무상(無相)의 희사입니다. 보은의 희사는 미맹의 희사법이요, 무상의 희사는 미연의 희사법입니다. 정송도 보은의 정송과 무상의 정송이 있습니다. 보은의 정송은 자신이 해탈하고, 무상의 정송은 이웃과 사회가 해탈하여 살기 좋은 불국정토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차별 희사와 차별 염송은 무상희사와 무상염송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희사와 염송이 습관이 되도록 법을 세운다면 이것이 미연의 복심고 미맹에 화 끊는 법을 실천하는 것이 됩니다.
 
사람은 본래 청정하고 순수의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보이지 않는 청정의 습관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청정 습관은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활동합니다. 우리가 마음만 세우면 자연히 착함이 증익되고 탁함이 사라지게 됩니다. 평소대로 행동하고 평소대로 말하는 습관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미연의 복 심는 보시하는 마음과 미맹의 화를 끊는 참회하는 마음이 습관이 되게 하는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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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정사/기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