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식혀주는 상추물김치

밀교신문   
입력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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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가장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 중 하나인 상추는 가격도 착하고 생김새도 다양해서 쌈이나 겉절이로 애용한다. 재배가 쉽고 잘 자라기 때문에 집주변 채마밭에는 항상 자리잡고 있는 국화과 왕고들배기속의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좋은 채소지만 본고향은 거리가 먼 지중해 연안의 유럽과 서아시아라고 알려져 있다. 재배 역사가 매우 오래되어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에서 볼 수 있고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중요한 채소로 재배되었다고 한다. 한자어로는 ‘와거(萵苣)’, 또는 ‘와채(萵菜)’ 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 서부의 와국(히말라야 쪽의 민족국가로 인도나 이란 지방을 말함)에서 도입된 채소라는 의미이리라.
 
중국의 고서 <천록지여>에는 ‘고려의 상추가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에서 가지고 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어 천금채(千金菜)’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보편적인 찬거리의 하나인 상추가 우량품종으로 탈바꿈하다니 그 활용도나 조리법 등 선조의 지혜가 궁금하기만 하다. 7세기경에 중국에서 유입되었다고 알려진 상추는 <향악구급방(鄕藥救急方)>에 상치가 아욱, 무, 배추, 생강, 우엉 등과 함께 처음 등장한다. 상추는 한자 이름인 ‘생채(生菜)’에서 유래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명확하지 않으며 ‘비교적 새롭게 도래한 채소’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향약집성방>에는 ‘백루, 사라부로’, <동의보감>에는 ‘부루’라고 하였으며 제주도에는 아직 명칭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식탁에 오른지 5,000년이 훨씬 넘는 상추의 꽃말은 ‘나를 해치지 마세요’라니 많이 애용하여 널리 퍼지게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상추의 학명은 락투카 스카리올라(Lactuca Sativa L.)이며 줄기상추, 잎상추, 양상추(크리스프형, 버터형), 코스레터스의 4가지 6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상추는 잎상추(자색과 녹색의 주름치마처럼 너풀거리는 원형)와 줄기상추(포기가 자라면서 잎을 따서 먹는 갸름하게 생긴 상추)이며 양상추는 꼭지가 붙은 공처럼 둥글게 겨서 잎을 떼어서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끼워 넣거나 소스를 부려서 먹는 샐러드에 주로 사용하는 ‘레터스’이다. 코스레터스는 에게해의 코스섬이 원산지로 긴 타원형의 잎이 뾰족하며 녹색의 약간의 단맛과 쓴맛이 있다. 상추는 영양학적으로 비타민A, C 그리고 B와 칼륨, 칼슘, 철 등의 무기질도 함유되어 있다(색에 따라 영양적 특성에 차이가 있다). 특히 ‘멜라토닌’, ‘락투신(락투카리움)’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신경안전과 통증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졸린 것은 이들 성분으로 기인하며 상추의 즙을 물에 타서 먹으면 모유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칼슘),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해서 피를 맑게 하는 청혈작용이 있으며 머리를 맑게 해주는 대표적인 작물로 언급하였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은 함량이 적어 상추의 가식부 100g당 13㎉의 열량을 내므로 그야말로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단 쌈을 쌀 때 밥을 많이 얹지 않으면 말이다. 너무 흔해서 우습게 보이는 상추는 이렇게 깊은 역사적 사실과 영양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귀하게 대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 같다.
 
김치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며 그 종류만 200여 가지에 이르며 상추물김치를 포함해서 현재의 우리가 먹고 있는 김치류와 장아찌류는 1900년대 말 거의 모두 만들어서 먹었던 것들로 생각된다. <임원십육지>에는 ‘염엄장채’중에 ‘엄와거방(醃窩苣方)’의 한가지로 상추를 소개하였다. 이는 중국 문헌인[다능집(多能集)]에서 참고한 것으로 상추를 소금절이한 식품(김치류)으로 상용하였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물김치는 재료를 적당히 소금에 절이고 파, 마늘, 생강으로 양념하여 국물을 부어 익힌 것(숙성)으로 조리방법이 간단하다. 그러나 상추물김치는 깔끔한 맛과 그 특성을 고려하여 소금에 절구지 않고 싱싱한 채로 마늘, 파, 젓갈, 생강은 사용하지 않고 담그는 방법을 소개한다(지호 스님의 레시피). 숙성한 후의 보랏빛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의 감칠맛은 입맛을 살리고 줄기는 아삭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선조의 탁월한 식재료 선택 지혜와 지호 스님의 상추물김치로 더위를 이겨보자. 
 
※ 상추물김치
주재료: 잎상추, 양파(사찰에서는 사용하지 않음), 조선간장 1작은술, 소금, 고추(청, 홍), 밀가루
 
※ 만드는 법
① 상추의 양에 맞추어 물을 끓인다(상추가 덮일 정도)
② 물이 끓으면 소금과 간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③ 밀가루를 물에 풀어 넣고 한소큼 더 끓여낸 후 식힌다(농도는 일반 물김치보다 농도를 낮게 함, 밀가루 대신 보릿가루도는 적극 추천)
④ 상추를 깨끗이 씻은 후 잎이 상하지 않도록 차곡차곡 담는다
⑤ 양파는 채썰고 청홍고추는 굵게 어슷하게 썰어서 상추 위에 얹는다
⑥ 식힌 밀가루 푼 물을 상추 위에 조심스럽게 붓는다
⑦ 하루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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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