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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

밀교신문   
입력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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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은 환자의 증상을 수집하는 과정입니다. 환자가 오면 진찰을 통해 수집한 여러 자료를 분석하여 치료 행위를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를 진찰할 때 4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4가지 방법을 4(四診)이라 합니다. 망진(望診), 문진(聞診), 문진(問診), 절진(切診)이 그것입니다.

 

망진(望診)이란 환자 상태를 눈으로 살펴 확인하는 진찰법입니다. 환자의 얼굴색, 정신 상태, 피부, 몸 상태를 관찰하는 일입니다. 또한, 혀의 상태를 진찰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설진이라고 합니다. 혀의 상태는 내장 기능과 기혈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혀의 상태를 통해 위장의 상태도 일정 부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문진(聞診)은 청각과 후각을 통하여 환자의 병력을 듣는 것입니다. 음성과 음색을 듣고 병증을 판별하는데 참고할 수 있고, 후각을 통한 냄새를 맡는 것도 진찰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음성이 맑은지 그렇지 않은지, 힘이 있는지 없는지, 윤기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환자가 숨을 쉴 때 호흡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기침이나 딸꾹질 등을 하는지를 관찰하고 구토나 대소변의 배설물의 상태 환자 몸에서 나는 냄새 등을 통하여 질병의 상태와 가벼운지 중한지 등을 파악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문진(問診)이란 환자 혹은 보호자와 대화하면서 질병의 시작과 진행과정 환자의 생활과 주변 환경 등 질병과 관련된 정황을 물어서 진찰하는 방법입니다. 가끔, 한의원에서 손목만 내놓고 맥을 봐서 어디가 불편한지 맞혀보라는 환자분이 계시는데, 맥진으로서 질병의 대강을 유추해 볼 수는 있겠으나 맥진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방법보다는 환자와 대화를 통해서 치료의 대강을 잡아나가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절진(切診)은 촉진이라고도 하는데 맥을 짚어서 진찰하는 방법이고 한의원에서만 진찰하는 독특한 방법입니다. 한의학에서 오랜 기간 임상을 통해 축적된 방법입니다. 맥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정한 맥이 나올 경우 특징적인 증상이 있을 수 있고, 환자와 소통 후 진단을 확정하고 그에 맞는 약을 쓰는 방법인데 적증에 맞는 약을 쓰면 상당히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양방병원의 경우 예를 들어 건강 검진 등을 통해 위내시경을 하고 그를 통해 화면으로 위의 상태를 파악하고 염증이 있을 경우 바로 시각적으로 확인을 하는 등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한의원에 오시는 경우는, 양방병원에서 검진하고 진단명을 받고 약도 복용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깔끔하게 낫지 않고 약간 불편한 감이 있다고 오시는 경우입니다. 잘 치료가 되지 않은 증상의 경우 고질이라 한의원에서도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환자분께서 의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고 대화를 통해 병의 원인을 잘 찾고 약을 잘 쓰는 경우 환자분께서 직접 좋아짐을 느끼고 감사 인사를 받는 경우도 경험하게 됩니다.

 

임상에서 환자를 보고 환자에게 듣고 환자에게 묻고 맥을 짚는 기본적인 행위를 통해서 의외로 고질이었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받게 되는 경우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종섭/호구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