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당 개설은 밀교적인 관점에서 어떤 이유가 있나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7-29 
+ -

 

thumb-20210622091907_59f01c83de93f2711a3d904d05bc6f2e_49r1_220x.jpg

 

석가모니의 열반 이후에 무량한 게송이 밀교 경전에 수록되어 남천축국 철탑 안에 봉안되었지만, 철문은 굳게 닫히고 쇠사슬로 겹겹이 봉쇄되어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이 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천축의 불법이 쇠퇴해갈 무렵, 덕 높은 아사리(阿闍梨) 한 분이 이 탑에 이르러 진언(眞言)을 지송(持誦)하자 비로자나불이 비로소 그 몸을 드러내었고, 이윽고 허공 중에 문자로서 설법을 나투었어요. 범상치 않은 법문임을 알아차린 그는 차례로 그것을 종이에 옮겨적었는데, 서사(書寫)가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의 문자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사리는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염송하여 탑문이 열리기를 서원했고, 7일 동안 탑을 돌며 염송한 후에 흰 겨자씨 일곱 알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문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어두컴컴한 탑 안에 갇혀있던 여러 신()들은 이리저리 날뛰며 노여워했어요. 진귀한 꽃들이 탑의 덮개 부분에 그득히 줄지어 걸려 있었는데 조심스레 탑 안으로 발을 옮기자 탑문은 곧바로 닫혀버렸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진동했고, 갖가지 등()에서 뿜어져 나온 광명으로 사방이 환하게 밝혀졌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경전을 독송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러 대중이 찬탄하는 듯한 음성이었어요. 환청과도 같은 이 소리는 며칠이 지나도록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치 밥 먹는 동안의 잠깐 사이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사리는 제불보살이 깨우쳐주신 우주와 인생의 지혜를 기억하여 잊지 않았는데, 문득 탑에서 나오니 예전처럼 도로 문이 닫혀버렸어요. 그러나 그의 손에는 여러 게송을 서사한 경전이 들려져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밀교 진각종의 소의경전인 금강정경인 것입니다.

 

금강정경의결(金剛頂經義訣)’이라는 문헌에서 밝히고 있는 전설과도 같은 이 남천축국의 철탑은, 어쩌면 진언행자 각자의 몸과 마음을 상징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왜냐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만법을 섭수하는 공덕(功德)의 그릇에 다름 아니니까요. 불법을 체()로 하고 세간법을 그림자로 하여 항상 진리와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고자 하는 우리입니다. 7일간의 탑돌이 끝에 일곱 알의 겨자씨를 던져 탑문을 연 순간 향화(香華등명(燈明)이 눈 앞에 펼쳐지고 진리를 찬탄하는 음성이 들려왔듯이, 7일간의 월초불공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용맹정진한 끝에 찾아오게 될 그 공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장원할 것입니다.

 

어두운 곳을 밝히고, 닫힌 문을 여는 것은 비단 아사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심인진리의 불모지에 전당을 신설하여 현대인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인연을 짓는 일은 스승·신교도를 막론하고 진각인이라면 누구나 동참해야할 종교적 사명이겠지요. 종단에서는 지난 64일 세종심인당을 개설하고 본존장엄가지불사를 봉행했습니다. 행정수도에 교화의 원력을 펴시는 두 분 스승님의 법체강녕과 심인당 만당을 서원하며, 세종시에 거주하시는 인연 있는 불자들의 발심과 동참을 호소합니다.

 

심인으로 법을 전하라고 당부하셨던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유훈에 따라 육자심인(六字心印)으로 본심을 밝히고 계실 세종심인당 신교도 여러분께 나날이 진리가 부촉되고 더불어 상승되기를 서원합니다.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