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71-운동하다(2)

밀교신문   
입력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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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운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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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읽어보면 부처님의 하루 일과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날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시면 가장 먼저 마을로 탁발을 하러 가셨지요. 대체로 절은 민가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세상의 소음에 뒤섞이니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너무 멀면 날마다 탁발을 하러 나가야 하는 수행승으로서는 마을로 가서 탁발하느라 하루를 헛되이 다 써버리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날마다 하루 한 끼 식사를 위해 마을로 걸어 들어가셨고 다시 걸어서 돌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왕복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부처님이 어느 곳에 머무느냐에 따라 거리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부처님이 일생에서 가장 많이 머무셨다는 기원정사의 경우 사밧띠 성 남쪽에서 5~6리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5~6리는 2~2.4㎞ 됩니다. 마을에서 탁발을 마친 뒤 다시 승원으로 돌아오셨으니 그렇다면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무시는 동안 거의 날마다 왕복 4~5㎞를 걸으셨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하루에 1만 걸음은 걸어야 한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1만이라는 숫자가 일본의 만보계 업체의 홍보와 일본국민의 건강진작을 위한 공익광고가 합작해 만들어낸 수치라는 최근의 뉴스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1만 보가 상품광고를 위해 나온 수치여도 좋습니다. 걸을 수만 있으면 많이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확고부동한 사실입니다.
 
만약 1만 보를 걸으려면 몇 ㎞를 걸어야 할까요? 걷는 사람의 발 크기와 보폭에 따라 다르겠는데 4㎞쯤 된다는 사람도 있고 7㎞는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처님은 얼추 날마다 1만 보를 걸으셨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탁발을 위한 걷기’만 그렇다는 말이고, 그 밖에 한 자리에 앉아서 선정에 들어가 계실 때를 제외하고 부처님은 늘 두 발로 걸으셨으니 부처님이야 말로 평생 걷는 운동을 쉬지 않은 운동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이 걷기를 노년에 그만두셨다는 말은 없습니다. 부처님은 지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에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600여 년 전 80세의 늙은 부처님이 날마다 그리 걸으셨다는 걸 상상해보면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입니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 헬스, 등산, 골프 등등 온갖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집밖 야외공원에 다양한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돈 한 푼 들지 않고 근육을 키우고 지구력과 폐활량을 높이고 뱃살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야외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한번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는데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대체로 한 가지 운동기구를 충분하게 이용하지 않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몇 번 힘을 주고 해본 뒤에 떠나가는 점, 그리고 운동기구를 들어 올리거나 돌릴 때에도 너무나도 빨리 슥슥 해치운다는 점이었습니다. 헬스트레이너가 강조한 말이 떠오릅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실 때 절대로 빨리 빨리 하지 마십시오. 천천히 해야 합니다. 내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하고, 평소 아프던 곳에 힘이 가해지면 조심해야 합니다. 팔을 들어 올릴 때나 내릴 때도 할 수 있으면 공을 들여서 천천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운동을 할 때 더 신나게 하려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러닝머신에서는 모니터로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또한 권장사항이 아닙니다. 운동할 때에는 몸에 집중하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호흡을 주의 깊게 하고, 흉곽과 배에 집중하며, 한 가지 자세를 취할 때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가는지를 잘 살피라는 지시를 쉬지 않고 그들은 합니다.
 
몸에 집중하라!
 
어딘가 귀에 익숙하지 않습니까? 트레이너들의 이 지시를 들을 때면 불교의 사념처(四念處)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 이 네 가지를 오롯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생각이란 야생원숭이와도 같아서 한곳에 진득하게 머물지 않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다 금세 저것을 생각하고, 저것이 가지치기를 하다보면 완전히 엉뚱한 것까지 머리에 떠오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요. 자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뭔가를 생각하고(엄밀하게 말하면 어떤 생각에 이끌리고) 그 생각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또 다른 생각에 휘말립니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하는 말은, “이런, 지금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러면서 또 이내 저절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범부의 모습입니다.
 
운동할 때에는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자기 호흡과 몸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트레이너들에게서 받을 때면 이런 집중을 자꾸 훈련하다보면 저절로 마음을 살피는 수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운동하면서 수행을 생각하니, 이 또한 잡념일까요?
 
산에 오를 때에도 라디오를 듣거나 동료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는 몇 시간 안에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재게 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처님이시라면 어떤 자세로 산에 오르셨을까요?
 
무엇보다 먼저 호흡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의 균형을 맞추고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디디실 때면 그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에도 신경을 쓰셨을 것입니다. 눈, 귀, 코, 혀, 몸, 의지라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무방비상태로 활짝 열어놓기 보다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지를 또렷하게 의식하면서 산을 오르셨을 것입니다. 정상에 빨리 올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내딛고 있는 한 발자국에 집중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비단 산을 오를 때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그 어떤 동작에도 적용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처님에게 있어서 운동은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 시간 없는데, 빨리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으면서도 바쁜 일상에 쫒겨 운동시간을 맞추느라 그마저도 스트레스가 되어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건강법을 떠올리면 사실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보입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부처님이나 되니까 스트레스가 없지, 나 같은 보통 사람이면 어림도 없어,” 
 
사람들은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거기에서도 풀려나야 합니다. 한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를 다른 누군가가 없애줄 수는 없습니다. 내 자신이 해야 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부처님처럼 살면 됩니다. 일을 줄이는 것이지요. 줄일 수가 없다면 일을 덜하면 됩니다.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난 절대로 일을 줄일 수 없어. 내가 아니면 안 돌아가는 걸’이라는 생각을 줄이셔야 합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출가수행자들은 세속의 일을 줄였습니다. 아니, 세속의 일에서 손을 뗐습니다. 세속일은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가 문제가 되어 닥칩니다. 세속은 그야말로 문제의 쓰나미인 것이지요. 그런 세속에서 무난하게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를 누리려면 일을 줄여야 합니다. 일을 줄이면 몸과 마음이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부지런한 것이 바람직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에 내 삶을 쏟아 붓느냐를 각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밥상 위 반찬 가짓수를 하나 줄이고, SNS의 이웃을 찾아가 ‘좋아요’를 누르던 것도 줄여봅니다. 옷과 신발의 가짓수를 줄이고, 베란다의 화분도 줄여봅니다.
 
그리고 줄여야 할 가장 시급한 것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음식의 양입니다. 부처님은 하루에 한 끼를 드시고 80평생을 사셨습니다. 늙으면 밥힘으로 산다면서 하루 세끼 끼니를 놓치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지만 일을 줄이고 주변을 좀 정리하다보면 끼니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음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을 먹고 무엇을 하느냐’가 아닐까요?
 
꼭 필요한 일에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 붓고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인 분이 부처님입니다. 일상이 운동이었고, 평생 움직임을 쉬지 않았고 그조차도 허투루 해치우지 않고 몸의 감각을 살폈지요. 음식도 절제하였던 까닭에 부처님 몸은 음식을 소화하느라 헐떡이지 않았습니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부처님처럼 산다면 우리 몸은 어느 사이 운동이 일상이 되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지혜까지 담은 탄탄한 그릇(法器)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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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마옥경

 

이미령/불교방송 FM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