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 70-운동하다(1)

밀교신문   
입력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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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까지 장수하신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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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마음 하나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혹은 마음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하게 간파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은 철저하게 중생으로서 살아가거나 혹은 도인이 되어 대도무문의 해탈대로를 활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공부시킨다는 뜻이지요. 마음이 바깥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중심 잡도록 훈련시키되,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목석과 같아져서 피도 눈물도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사랑과 연민을 한없이 뿜어내면서도 세상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것, 그렇게 자꾸만 마음을 훈련시키는 것이 마음공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마음이 저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몸이라는 그릇에 담겨야 마음도 마음노릇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중요한 만큼 몸도 중요합니다. 마음은 영원한 이팔청춘이라지만 몸은 시시각각, 아니 찰나찰나 덧없음이라는 진리를 따라서 허물어져가고 있으니, 어쩌면 마음보다 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역시나 결론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겠지요.
 
마음공부라는 말이 있다면 몸공부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음을 공부시키는 것처럼 몸을 공부시키는 것이지요. 수행 가운데 절수행이나 사경수행, 염불이나 다라니독송수행은 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니, 이런 수행에 몸공부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조용한 곳에 결가부좌하는 좌선도 이 몸을 가지고 하는 수행이니 역시 몸공부입니다. 이런 수행이 몸에 익숙해져서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 저절로 자연스레 그런 수행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불자의 조건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조용한 선원에서 일평생 참선을 하는 수행자들에게서 선무도(禪武道)가 개발되고, 명상과 요가도 몸을 릴렉스하게 유지하면서도 몸 구석구석 굳어 있고 뒤틀린 곳을 풀어주어서 집중의 효과를 높이는 운동이 필수입니다. 세속에서 선무도, 태극권, 요가가 단순히 취미와 운동, 다이어트 등의 효과를 노린 사람들에게서 상업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수행에서는 마음의 해탈이라는 궁극의 경지를 위한 수단이지만 세속에서는 몸의 훈련으로 더 즐겁고 유쾌한 범부로서의 삶을 즐기기 위한 방편에 그칠 뿐이어서 안타깝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게라도 수행의 일면을 맛보는 것도 아주 큰 불연(佛緣)을 맺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공부라는 말이 어색하다면 그냥 편안한 말로 ‘운동’이라 표현해볼까요?
 
운동은 몸을 공부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그냥 편한 대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게 굳어지면 몸이 균형을 잃고 뒤틀린 채 세월을 지나오고 그러다 끝내 무거운 병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몸을 제대로 공부시켜야 하지요. 즉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운동이라고 하면 그저 몸에 근육만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근육도 근육 나름이라 어떻게 근육을 키우고 유지하고 그것이 건강한 일상생활로 이어지는가를 궁리해야만 제대로 된 운동이니, 운동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도 이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쩍 집에서 홀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홈트레이닝이 그것으로, 홈트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체육시설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제약을 받으니 집에서 홀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홈트족이라고 하지요. 게다가 백세시대를 맞아서 언론에서도 부쩍 운동을 강조합니다. 또 5,60대 사람들이 몸이 아파 병원을 찾으면 의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세시대를 맞아 앞으로 족히 40년은 더 사셔야 하는데 운동하십시오.”
 
아픈 채로 장수시대를 산다면 그것 참 난감합니다. 오래 살아도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좋습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건강과 관련한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건강기능식품을 권합니다. 집 밖으로 나와 보면 간편한 차림으로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겸사겸사 운동을 하려는 사람, 제대로 각 잡고 빨리 걷기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 공용체육시설을 이용하며 땀을 흘리는 사람, 규칙적으로 등산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을 이용해 걷기를 하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물론 그 반면에 늦은 밤부터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시켜서 과식을 하는 사람도 많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부처님은 80세를 사신 분입니다. 지금이야 80대 어르신들을 아주 많이 뵙습니다만,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에 80세를 사셨다면 건강한 체질을 타고났거나 아니면 평생 좋은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거나 또는 나름 독특한 건강유지비결을 지니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부처님의 외모를 설명하는 불교교리에 32상80종호가 있습니다. 32가지 큼직한 신체적 특징, 80가지 세세한 신체적 특징을 지니신 분이 부처님이며, 이런 신체적 특징은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행을 하시면서 쌓은 수행과 공덕을 하나하나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체적 특징들을 살펴보면 부처님의 몸은 아주 강건하고 반듯합니다. 커다란 니그로다 나무처럼 단단하고 사슴 정강이처럼 날렵하고 몸은 건강해서 황금빛으로 윤기가 돕니다. 반면 부처님도 여느 사람들처럼 이따금 병을 앓기도 하신 것 같습니다. 『유마경』에도 부처님의 건강과 관련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부처님의 시자인 아난존자가 이른 아침 빈 발우를 들고 마을로 탁발에 나섰습니다. 그의 모습은 몹시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처님께서 지금 병환 중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곁에서 시중을 드는 제자로서 태산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진리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몸의 병을 이기지 못해 괴로워하시니 무엇이라도 구해서 잡수시게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는 빈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우유를 구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런 아난존자 앞에 저 유명한 유마거사가 다가와서 꾸짖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행동입니까? 여래의 몸은 금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온갖 악을 다 끊었고 모든 선이 두루 모이는 몸인데 이런 몸에 대체 무슨 질병이 있을 것이며 무슨 괴로움이 있단 말입니까? 더 이상 부처님이 편찮으시다는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십시오.”
 
부처님을 지극하게 생각하는 아난존자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자 허공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유마거사의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병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처음 생각대로 우유를 얻어서 돌아가십시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몸을 바라보는 불교 전체의 입장입니다. 깨달은 몸이니 진리 그 자체라 병들 것 없고 건강하지만, 병들고 늙어가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중생이 앓고 있는 바로 그 병과 노쇠를 보여주시니, 부처님 몸은 강건하여 부서지지 않다고 말해도 맞는 말이요,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늙고 병들다 이윽고 부서지는 몸이라고 말해도 맞는 말입니다.
 
그래도 어찌됐거나 부처님은 범부의 육신처럼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몸을 지니셨음에도 80세라는 장수의 삶을 사셨습니다. 대체 부처님은 어떻게 그 수명을 유지하셨을까요? 어떤 운동이라도 하셨을까요? 아니면 아예 운동과는 담을 쌓고 부처님의 위신력과 정신력으로 그렇게 80 평생을 살다가셨을까요?
 
경전을 찾아보면 부처님이 대놓고 운동을 강조하시거나 예찬하신 내용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생명을 가진 이에게 건강과 장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힘주어 말씀하신 대목은 있습니다.
 
“병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요, 열반이 제일가는 즐거움이다.”(『맛지마 니까야』「마간디야 경」)
 
평생 고생하며 모은 재산을 노후에 병치레하느라 다 써버려서 본인은 물론이요 가족도 힘들어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평생 병을 앓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이익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생노병사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생명체인만큼 어쩔 수 없이 병을 앓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한에서 몸을 병 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은 평생 당신의 몸을 다루었을까요? 요즘 말로 하면 어떤 운동을 하시면서 80세까지 사셨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깨달음을 이루셨고, 그래서 번뇌의 불길을 완전히 꺼버린 분이시기에 당신의 몸에도 어떤 지혜로운 행동을 하셨을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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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마옥경

 

이미령/불교방송 FM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