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법신(淸淨法身)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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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습니다. 출신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등용했던 칭기즈칸이 한낮 피정복민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은, 불교에서 보자면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과정입니다. 옛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습관이나 행동 패턴, 성격 같은 것들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마음공부와 수행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탐, 진, 치에 물들고 애욕과 집착에 끄달려 현실을 살며 고통받는 이 망심(妄心)을 원래의 고통받기 이전의 자리, 즉 청정한 보리심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 꽉 움켜쥔 ‘바위(주먹)’를 내밀면, 다 털어버리고 비워버린 ‘보(손바닥)’에게 져버리잖아요? 뭐든 잘되고자, 또 잘 풀리고자 하는 욕심과 현실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나눔〔희사〕과 비움〔염송〕을 통해 온전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지요. 그래야만 미혹하고 소아적인 습업에서 벗어나 자성청정(自性淸淨)의 법락(法樂)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불공과 용맹정진으로 정기적으로 비우고 털어내는 과정을 통해 평온하면서도 굳건하고 한결같은 금강계 삼십칠존의 인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 진언행자들의 한결같은 서원일 겁니다.

 

보약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먼저예요.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채우기보다 그 욕심을 비우는 쪽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우리의 삶이 허전한 것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할 수 있듯이 말이지요.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에서 쫓겨났다가 애플이 망해갈 즈음 다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애플에 복귀한 뒤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어요. 수십 개에 달하던 제품을 전문가용, 일반인용, 최고 사양, 적정 사양으로 분류하여 단 4가지 상품으로 압축했습니다. 그 결과 다 죽어가던 애플을 살려냈어요. 불필요한 기능을 하나하나 제거한 덕분에, 다 망해가던 애플은 어느덧 시가총액 세계 1위의 기업이 되었고,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던 겁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19의 끝자락에 버티듯이 세월을 건너온 진언행자 여러분,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시죠? 마음 한 번 탁 비우고 빙긋이 웃어보는 연습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청정법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자성이 청정함이 곧 청정법신이다. 자기 심성 이외에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외도(外道)이다. 항상 자기 심성 가운데 착하지 못한 마음, 질투하는 마음, 교만한 마음, 다섯 가지 나[我]라고 하는 마음, 광망(狂妄)한 마음, 삿된 마음 등이 모두 없고, 항상 자기 허물을 살피고 남의 호오장단(好惡長短)과 시비를 말하지 않으며, 마음이 본래 청정하여 한 물건도 없이 유무가 다 비어짐이 청정법신이다.”(실행론 2-5-4 (다))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