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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는 교화이념과 방편을 펴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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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 통리원장.jpg

 

일찍이 1600년 한국 불교 역사에 있어서 이렇게 불교를 개혁하시려고 하셨던 분은 없었던 것 같다. 종조 회당 대종사님은 우리 불교사에 한 획을 그으신 분이 아닌가 한다.

 

조선 오백 년 동안 억압받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고사 직전의 우리 불교를 실질적으로 개혁하신 분이 바로 회당 대종사님이다.

 

종조님은 불교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창교하신 분이시다. “내가 세상에 온 것은 불법을 부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불법을 바로 세우려고 왔다고 하시고 새 법을 전하려고 왔다고 했다.

 

시대에 맞는 불교 이념과 방편으로 새로운 불법을 펼치려고 하신 분이 바로 종조님이시다.

 

조선 오백 년 동안 불교가 억압받으면서 다양한 방편이 사라지고 불교는 대중들과 유리된 채 명맥만 유지하면서 산중에서 도상 숭배하는 기복적인 불교로 전락을 했다.

 

자주성을 상실하고 상에 의뢰하는 기복적인 불교를 다시 불교 본래의 모습으로 바꾸려고 새로운 불교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불교였다. 산중불교를 대중들이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심불교로, 출가 중심의 불교를 재가 불교로, 도상숭배 하는 불교를 무상진리 불교로, 계율중심의 불교를 깨달음 중심으로, 의뢰적인 불교를 자주적인 불교로, 기복적인 불교를 작복하는 불교로 바꾸려고 하신 것이다.

 

역대 뛰어난 선지식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렇게 혁신적으로 불교를 개혁하시려고 하신 분은 일찍이 없었다. 정말 시대를 앞서가신 분으로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신 분이다.

 

불교 역사에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인물이다. 엄청난 원력이 없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히 석가의 후신이라고 할 만한 분이 종조님이시다.

 

종조님은 전통불교를 무시하거나 없애려고 하신 것이 아니다. 출가 중심의 전통불교는 수행을 전문으로 하면서 전통을 이어가고, 진각종은 재가 중심으로 교화를 전문으로 하여 이원으로 나아가면 불교가 더욱 발전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장차 불교는 우리나라의 주교가 될 뿐 아니라 세계의 주교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

 

불교는 빌고 예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에 있다고 하시고, 등상불을 모시는 불교가 아니라 무등상의 불교를 표방하고 전통적인 불교에서 탈피하여 이 시대에 맞는 불법을 펼치려고 하신 것이다.

 

상불을 모시고 상에 의뢰하여 빌고 들어가는 불교가 아니라 생활 가운데서 깨쳐가는 불교, 자주적인 불교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고, 산중불교가 아니라 대중들 가까이에 있는 도심불교를 지향하셨다.

 

불교가 발전하려면 출가 중심의 불교만 있어서는 안 되고, 재가 불교가 같이 발전하여야 불교가 발전한다고 하고 재가불교를 표방하였다.

 

울릉도에서 탄생하시고 성서 농림촌에서 대각을 이루시고 계전 이송정에서 처음 법을 전하시고 침산에서 열반에 드신 종조님은 진정 석가의 화신이셨던 것이다.

 

조선 오백 년 동안 핍박받아 명맥만 유지하던 불교를 이 시대에 맞는 교화이념과 방편으로 중생들의 고를 해탈시키시려고 이 땅에 화현하신 보살이 아니겠는가.

 

격동의 시대에 이 세상에 오신 종조님은 불법의 방편으로 시대 중생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세상을 정화하고자 하셨다.

 

초기 교단명인 참회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참회를 통해서 중생고를 해탈시키려고 하셨던 종조님의 정신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회원 시절에 이어 심인불교를 통해 심인을 깨쳐 자성을 밝혀가는 불교, 본심 찾는 불교를 지향하며 상에 의뢰하여 복을 비는 기복적인 불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복을 짓는 불교를 희망하였다.

 

우리 종단은 전통불교의 맥을 이은 종단이 아니다. 종조님께서 새로운 불교 이념을 가지고 창교하신 새로운 불교 종단이다.

 

진각종풍에도 우리는 승속동행(僧俗同行)의 재가불교 종단이라고 하고 종요에는 시대에 맞는 교화이념과 방편을 펴는 불교 종단이라고 되어 있다.

 

종조님께서는 전통불교인 출가 불교와 재가불교가 같이 발전해야 불교가 더 크게 발전한다고 하시고 출가불교는 수행을 전문으로 하고 재가불교 종단인 우리는 교화를 전문으로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선종(禪宗)이 아니라 교종(敎宗)이라 했다.

 

종조님 말씀처럼 우리는 교화를 전문으로 하는 종단이다. 물론 교화를 위해서는 수행이 선행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16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불교에 비해 우리는 역사가 짧다. 불교의 한 종파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불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불교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 많은 한계를 안고 있지만, 또한 장점도 있는 것이다. 재가 생활불교를 표방하고 산중불교가 아니라 도심 속의 불교, 불교의 현대화, 대중화를 위한 시대에 맞는 불교 이념과 방편을 펼치면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불교와 얼마든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와는 포교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삼고(三苦·가난, , 불화) 해탈 중심의 불공법만으로는 포교, 교화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삼고 문제로 심인당을 찾는 대중들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삼고 해탈이 주 포교 방향이었다면 지금은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시대를 앞서가신 종조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종조님의 정신을 이 시대에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될 것이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떤 것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근현대에 무수히 많은 신흥 종교가 나타났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다

 

통리원장 도진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