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신교도 안 찾는 심인당, 혼자서도 불사 잘 지킨다는 신교도

밀교신문   
입력 :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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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을 하기보다는 예측에 의존하려고 한다. 그런데 예측은 늘 빗나가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미 예측을 크게 벗어난 일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우리가 바꾸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매일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할 때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것은 관행이었다. 그것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바꿀 수 없었던 관행이 바뀌고, 따라야 했던 가치를 따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동안 시대를 움켜쥐고 있던 권위와 권력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는 늘 그렇게 서막을 열어 왔다. 과거 유럽의 중세 시대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혁명이 아니라 바이러스(흑사병)였다. 흑사병은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분기점이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사람들은 생각과 인식의 변화도 경험해야 했다. 바이러스는 인류를 멸망시킨 것이 아니라 인류를 각성하게 만들었다. 결국 바이러스는 중세 종교의 권위와 봉건 제도의 권력을 약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인간의 가치, 르네상스의 근본정신인 휴머니즘과 자본주의 시대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인류의 근대사만 놓고 보더라도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바이러스는 인류를 각성하게 하였고 각성한 인류는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는 갈림길에서 늘 중요한 선택을 해왔다. 그 선택이 다음 세대, 인류의 미래를 결정했다.

 

확실히 우리는 이미 이전과 다른 삶에 들어섰다. 우리는 예전과 다르게 생활하고 있고 예전과 다르게 공부를 하고 있으며 예전과 다르게 일상을 체험하고 있다. 언택트 세상은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어쩌면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모든 것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가장 올바른 선택인가를 판단하고 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각성한 우리가 해야 할 일도 그것이다. 예측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장 올바른 선택은 무엇일까?

 

코로나를 통해 신행공동체에 무엇이 필수적인 것이고 아닌지 구별하고 분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앞으로 여러 어려움이 닥쳐 올 것이기에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야 하고, 필수적 본질을 바닥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거리두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의 큰 요소와 변수가 될 것이다. 심리적으로 신행공동체 자체를 거리두도록 만드는 위험이 있다. 특히나 신행의 가치를 개인주의 중심으로 놓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듣고 싶은 것, 나에게 달콤한 것만 찾게 되고 결국은 신행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골고루 영양 있는 식단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것처럼, 신행생활 역시 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교류와 경험을 바탕으로 영양가를 키워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다들 종교의 위기, 미래에 대한 우려를 말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바로 팬데믹 동안 공동체가 갈라지고 개인주의적 신행을 쫓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심인당이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고, 신교도가 개인주의적 신행만을 쫓는다면 서로간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에 대한 담론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더불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라는 개념도 생겨났다. 코로나가 빨리 해결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조급해 하거나 희망고문 하지 말고 코로나의 현실을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자는 것이다.

 

타조가 위험을 느끼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다는 말이 있다. 현실에 눈감으면 문제가 사라질 거라는 착각에 빠질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일침이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의 현실에서 두 눈 부릅뜨고 지금 상황 속에서 지혜롭게 살자는 의미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될수록, 사람들의 본질에 대한 갈망은 더 깊어진다. ‘거리두기는 서로를 소외하게 만들 것이고 오히려 신행공동체는 교화와 수행의 차원에서 신교도들의 하이터치(high touch)’에 대한 갈망을 삶의 총체적 영역 속에서적 충족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초심과 혁신의 정신과 실행의 용기가 요청될 것이다. 신행공동체의 사부대중 모두에게 신행의 가치를 존중하는 열정과 어떤 역경도 함께 이겨낼 인내가 요구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시련고개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도약의 기회를 얻었고 교화의 외연은 확장되었다. 우리 모두 세상의 위기를 진리구현의 기회로 만들 수 있기를 서원하며 실천하자.

 

수각 정사/보정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