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교화(하)

밀교신문   
입력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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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은 세계는 중중제망(重重帝網)의 무애(無礙)법계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본래 그물망처럼 서로 거듭거듭 연결되어 있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비대면의 관계는 극대화하여도 대면의 인간관계는 단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성이 메말라서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에 대한 결과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적응하면서 인간관계를 복원하는 신행이 더욱 필요합니다. 현재와 미래에 걸쳐서 아름답고 안락한 삶을 위한 종단의 대안과 신교도의 자세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종조께서 이미 우리에게 일러주신 가르침을 다시 살펴야 합니다. 종단의 역사에서 부족한 점을 절실히 참회하고 혁신불교로서 특징과 장점을 살려 실천하면 재도약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선 기본수행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기본을 잘 지키는 수행이 종단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책무입니다. 이것이 흐트러지면 순식간에 마음에 번뇌가 치성하여 세속에 물들게 됩니다. 종단의 기본 수행법은 개개인이 부처님과 약속한 심공(心工)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정송(定誦) 정시(定施)와 같은 개인심공이나 자성일불공(일요일) 월초불공 등 대중심공에 퇴전하지 않고 잘 실천하는 것입니다.

 

둘째, 가정에서 매일 정한 정시·정송법과 일상생활 중에서 그때그때 차시(差施)와 항송(恒誦)을 정성껏 하고, 불공을 크게 회향하기 위해서 가능한 대중 공식 불사에 동참하는 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심인당 대중 공식 불사에 참석이 곤란할 때는 더욱 크게 법을 세워야 합니다. 각 가정에는 심인당 불단과 같은 가정용 해인과 희사고가 있습니다. 각자 정한 심공을 하고 불안한 시간을 피해 하루, 한 자성, 한 달 중 어느 때든지 심인당에 다녀가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현교 스님들께 이런 것이 진각종 심공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스님들께서는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셋째, 비대면 사회에서는 동 시간에 다수의 사람이 모여 한 장소에 불사를 보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므로, 중소규모의 불사로 소모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야 합니다. 종조께서는 스승 1~2명에 맞게 교도가 약100명이 넘으면 심인당도 분리하였습니다. 규모는 적절하게 숫자를 많이 하면 교화가 효과적이라 보셨습니다. 접근성이 좋은 신교도가 각종 소모임에 적극적 참여하여 교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진각밀교에서 밀교의 의미를 다수의 개방된 대중이 아니라 소수의 한정된 특수성으로, 스승으로부터 제자와 신교도에게 심오하고 밀접하게 가르침이 전해지는 법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가정방문 강도 불사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가정 불사는 우리 종단의 장점 중의 강점입니다. 대중 집회가 점점 줄어들고 가족 수가 감소하는 현시대는 찾아오는 불교가 아닌 찾아가는 밀교 교화의 모범사례입니다. 방문은 그 가정과 사업장의 해탈을 가장 빨리 이끌 수 있는 방편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시대도 승원이나 숲에 머무는 기간 외에는 궁궐과 장자와 평민의 집과 거리에서 누구든지 공양에 응해 만나서 친해지고 법을 전해 교화했습니다. 여기에는 유상의 복전인 스승이 청정하고 거룩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방문 불사의 공덕과 복덕이 일어납니다. 비대면 시대라 해서 무접촉으로 교화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종교는 의식주의 소비재가 아니기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그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대화를 통해 감동과 신심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온라인 교화도 개선해야 하지만 이것은 기존 신교도의 신심을 유지하는 제한적 방편일 뿐 새로운 신교도 유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섯째, 각 심인당과 교구에서는 신교도들의 성향과 여건에 맞는 새로운 교화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심인당에서 불사 참석만 하고 헤어지는 시대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총인원 각 원과 부··국에서는 사상과 교상의 확립에 많은 연구와 투자로 일선 심인당과 교구에 시대에 맞는 교화 방편을 펴도록 과감히 지원해야 합니다. 진기75(2021)년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외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 예상됩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했습니다. 이럴 때 정진으로 각 심인당에서는 코로나가 종식되어 안심하게 활동할 수 있을 때를 대비하여 새로운 교화 방편을 연구하고 진각밀교의 새 출발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종조께서는 무정물의 불변 진리 발전하여 쓰는 때는 중생심의 불변 진리 함께 발전하게 하여 정과 성품 균등하게 물심 이원 발전해야 그물질이 장원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며 국가사회 발전하고 불국정토 되느니라<실행론 5-8-2>”라면서 물질을 다스리는 심인 공부를 강조합니다. 물리(物理)의 지육(知育)은 학교에서 일으키고 심리의 지육은 종교에서 일으킨다. 물리에는 물질이 자라나고 윤리에는 자손이 자라나고 종교에는 중생 고()가 해탈한다. 아는 마음은 상이 되고 구하는 마음은 탐심과 집착이 된다. 물리에는 사람이 모여들고 윤리에는 자손이 잘되고, 종교에는 고가 떠난다.<실행론5-4-4>”라는 말씀으로 심성의 정화를 위한 종교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언컨택트는 보다 안전한 컨택트를 위한 것이므로 교화하는데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에 단절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종단의 미래는 위에서 기술한 우리만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스승과 스승, 스승과 신교도, 신교도와 신교도의 화합과 동참으로 75년 전 종조께서 혁신했던 도전정신으로 제2의 도약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서로 함께 살아야 할 존재이기에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또 비대면 시대일수록 불교(종교)는 이원진리의 한 축으로써 사람들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인류가 안전하고 행복하며 국가발전이 장원하게 됩니다.

 

선운 정사/실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