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진각종지(1)

밀교신문   
입력 : 2020-10-27  | 수정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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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부터 시작되어 지구촌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기세가 여전하여, 무려 세 계절을 거치면서 우리 삶의 질서를 마구 흩뜨려 놓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기 때문에 모여서 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한정되거나 금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모여 먹고사는 일을 하는 것도, 공부하는 데에도, 공연하는 것도 다 큰 제약이 따릅니다. 경제와 사회문화 등 모든 것들이 제약을 받다보니 소득이 줄어든 사람, 심지어 일자리까지 잃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데에 문제가 발생하니 크고 작은 갈등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방백신도 적절한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지 않아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거나 우울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인류가 미처 겪어보지 못한 이 미증유의 사태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무방비사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에게 꾸준하게 정신적 위안을 주어왔던 종교생활마저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종교의 특성이자 장점인 모임이 바이러스 전염의 숙주가 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종교인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신을 믿는 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고요. 과연 그러했던가요? 방역당국의 간절한 집회금지 요청을 묵살하고 종교행사를 강행했던 모 종교단체에서 여러 차례 집단감염이 발생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오래 전에 수행승의 말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를 일깨우셨습니다. 강물이 죄를 씻어준다고 믿는 바라문에게 한 불교 수행승이 물었습니다. “왜 강물에 몸을 씻고 있는가?” “죄를 씻기 위해 그런다.” 수행승이 말했습니다. “정말로 갠지스 강물이 죄를 씻어준다면 이 강의 물고기들이 가장 먼저 해탈에 들 것이다.” 자신이 깨달아서 죄를 씻지 않으면 강물이 대신 씻어주지 못합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수행하고 참회한 후 대중이 함께 법을 듣고 참회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랬기에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는 불교계에서는 일찌감치 대중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동참불공에 앞서 자신이 먼저 깨닫는 수행을 강조하였습니다.

 

종교는 보편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대중들이 함께 신행모임을 합니다. 우리 진각종도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함께 불사를 봉행합니다. 종조 회당대종사님께서는 하루 중에 행복함은 새벽 불공함에 있고, 칠 일 중에 행복함은 자성일(自性日)에 빠짐없이 불공 정진함에 있고, 한 달 중에 행복함은 월초불공 함에 있고, 일 년 중에 행복함은 새해불공 함에 있고, 일평생에 행복함은 평생으로 변함없는 그 종지宗旨에 있느니라.”고 하시어 정기적인 대중동참 불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었습니다. 그 뜻에 따라 우리 진각인들은 정해진 시간에 심인당에 나와 대중과 함께 회향불공을 올립니다. 그리고 대종사님께서 그 까닭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성일을 반드시 지켜야 법계의 설법을 들을 수 있다.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은 반드시 잘된다. 종교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세간의 약속도 잘 지킨다. 그러므로 자성일을 잘 지켜야 한다.”며 구체적인 신행생활을 강조하십니다.

 

그런데 대종사의 말씀은 새벽불공자성일불공월초불공새해불공은 결국 종지(宗旨)를 일평생으로 잘 지키는 신행이고, 그래야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진각종 종지의 기본은 자성[심인(心印)]을 지키고 밝히는 수행입니다. 심인을 지키고 밝히는 신행을 통하여 종지를 굳게 세워야 합니다. 종지가 뿌리내리면 생활 중에 일어나는 좋고 나쁜 어떤 상황을 당하여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이 자리 잡습니다. 심인을 지키고 밝히는 부동심은 평생 동안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을 보장합니다. 이렇게 종지를 세우는 신행은 크게 두 가지 법이 있습니다.

 

첫째 종지를 세우는 신행으로 정송(定誦)정시(定施)와 항송(恒誦)차시(差施) 법이 있습니다. 정송과 정시가 생활화 되면 항송과 차시는 자연히 따릅니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서 매일 정해놓은 정송정시를 빠짐없이 실천하고, 일상생활에서 좋은 일 나쁜 일을 당할 때마다 항송차시를 꾸준히 하면 종지가 뿌리를 내립니다. 종지가 돈독한 신행은 늘 심인을 지키고 밝혀서 삶에 안식처가 되고 행복하게 합니다.

 

둘째는 종지를 세우는 신행으로 자성일불공월초불공 등 대중 불공에 동참하는 법이 있습니다. 대중 동참불공은 정송정시 등을 통하여 얻은 공덕을 대중에게 회향하는 불공입니다. 개개인이 정시정송, 또는 항송차시로 지은 공덕은 더 많은 사람에게 회향을 해야 합니다. 제각기 지은 공덕을 회향하는 가장 좋은 방편이 대중 동참불공입니다. 내가 얻은 공덕을 회향하면 복전(福田)에 씨앗을 뿌려서 그 공덕을 더욱 증장시키는 신행이 됩니다. 대종사께서는 동참불공을 하면 동참한 대중이 지은 공덕을 개개인이 모두 함께 입게 된다고 설합니다. 그래서 정송정시를 기본 삼고 대중 불공에 동참하면 최고의 공덕을 얻고 나날이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대중 동참불공으로 지은 공덕을 회향하는 데서 진각종 종지는 더욱 돈독해집니다.<계속>

 

덕일 정사/무애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