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십칠존이야기-30.금강향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9-06-24  | 수정 :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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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세상을 정화하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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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각종 화학물질에 오염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적당한 정도로 후각이 퇴화되어 있다. 볼 것이 많은 세상에서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는데 충분한 만큼 후각기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책을 보든지 컴퓨터를 보든지 스마트폰을 보든지 하루종일 보는 일에 열중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볼 것이 넘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눈으로 보고 산다고 할 수 있다면 사람보다 1만배의 후각을 갖고 있는 개는 세상을 코로 느끼고 기억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는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법이다. 그래서 경찰견은 냄새만 가지고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으며 해당되는 사건의 진위를 정확히 가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에게 후각의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같이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의 코는 숨쉬는 것만이 아니라 냄새를 통해서 삶의 질이 변화하기도 한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방이나 자동차 안에 냄새를 제거하는 향을 넣는다면 짜증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숨쉬기도 어려운 오염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는 쾌적함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온갖 냄새로 넘쳐나는 세상에 한 줄기 아름다운 향기가 퍼져나간다면 세상을 정화시키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코로 맡는 향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향기처럼 모든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 마치 사루는 한 줄기의 향이 모든 우주법계를 덮는 것처럼 세상을 청정한 정토로 바꾸기 위해 서원하는 보살의 마음이 바로 향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
 
‘유마경’에는 향기로운 나라의 이야기가 있다.
 
“상방에 중향(衆香) 세계가 있으니 중생이 이 향기를 듣고 함께 가만히 계율을 지키면 저절로 악을 멈추고 선이 생겨난다.”
 
여기에서 향은 비유로써 향처럼 자신을 사루어 그 정성이 위로는 부처님과 아래로는 모든 중생에게 전해져 세상의 악을 없애는 보살의 행을 가리킨다. 온갖 향기가 일어나 널리 퍼지듯이 보살행에 따라 자연히 악이 멈추고 선이 생겨나서 세상의 뭇 중생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이상적 세계가 바로 중향세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향을 공양하는 그 마음을 따라 중생들이 지니고 있던 과거의 원한을 풀고, 온갖 악한 행위가 사라지며, 선한 공덕을 지어 풍요로운 과보를 받으니, 괴로움이 사라지고 이르는 곳마다 상서로우며 속히 깨달음을 성취하는 공덕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덕을 지닌 사람을 향기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금강계만다라에서는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활동을 의인화시켜 금강향보살이라 부른다.
 
향은 스스로를 태워 그 향기로 주변의 잡냄새를 없애고 맑고 깨끗하게 하듯이 금강향보살은 좋은 행위를 보여 그 행위를 보는 중생들로 하여금 향기처럼 맑고 아름답게 살아갈 길을 열어준다. 보살이 자신을 희생하여 중생구제에 진력하는 것은 자신을 희생해서 주변을 향기로 채우는 향과 같다. 그 향은 어둡고 구석진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보고 훈훈한 향기를 심어주어 모든 것을 향기로운 것으로 만든다. 그 방식은 향기의 작은 입자가 되어 두루 스며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금강정경’에서 금강향보살을 일체여래의 편입의 지혜라 하고 있다. 향은 자체의 성격을 고집하지 않고 연기처럼 곧 사라져버리나, 주변의 모든 것 속에 골고루 스며들어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 모두를 기쁘게 하기 때문이다. 향기가 스며든다고 하여 주거나 받는다는 분별심을 내는 일도 없으며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모든 것에 섞여서 일체를 향기롭게 한다.
 
금강계만다라에서 앞서 내사공양보살의 공양에 의해서 대비로자나불로부터 새로운 힘을 부여받은 사불이 그 활동결과로 얻은 힘을 다시 중앙의 대비로자나불에게 회향하는 것의 첫째가 금강향보살이다.
금강향보살은 달리 금강분향보살이라거나 금강소향보살이라고도 한다. ‘금강정경’에 의하면 동방 아축여래는 대일여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자기가 증득한 편만무애의 향삼매에 들어가 이 보살을 유출한다.
“아축여래는 세존 대비로자나여래의 공양사업에 보답하기 위하여 곧 일체여래의 삼매로부터 출생한 금강삼마지에 든다. 곧 일체여래의 아니가대명비를 자심으로부터 낸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내자마자 금강향대명비의 형상을 출현시키고, 금강마니보봉누각의 모서리 왼쪽의 월륜 가운데에 머문다.”
 
향이란 법계에 두루하여 중생을 훈발시켜서 기쁨을 생하게 한다. 또한 향은 제불의 몸 가운데 들어가 즐거우며 환희하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향의 삼매를 적열삼매라 한다. 금강분향보살은 바로 이러한 기쁨의 삼매, 향의 삼매에서 출생한 보살이다. 금강계만다라 외곽의 동남쪽에 머무는 이 보살은 좋은 향을 태워서 번뇌의 때를 제거하고 청정한 보리심을 더욱 청정하게 하는 왕성한 활동 그 자체이다.
 
또한 금강분향보살이 그 내증으로 삼는 정보리심은 밀교수행자의 계의 근본이므로 정보리심을 계향 또는 분향이라 칭한다.
 
‘성위경’에는 비로자나불의 금강분향운해삼마지지로부터 금강분향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어 일체중생의 냄새나는 더러운 번뇌를 부수어 없애고, 기쁨의 장애없는 지혜의 향을 획득하게 한다고 설한다. 여기에서 금강분향광명은 정진의 지속성과 번뇌를 없애는 청정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삼십칠존례’에서 ‘진여훈’이라 함은 진여의 향기로서 곧 보리심의 청정한 향기를 말한다. 아축여래는 이와 같은 보리심의 향기로 일체의 번뇌를 제거하며 청정을 증진시켜 이것을 대비로자나불에게 돌린다. 이것은 법의 윤택함과 자비의 구름으로 중생들을 진실의 가르침 가운데 풍요롭게 한다. 보이지 않는 냄새가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모든 중생들의 몸과 마음에 무시로부터의 무명과 냄새나고 더러우며 선하지 않은 것을 무량한 공양의 진실한 향기로 변화하게 하는 공능이라는 것이다.
 
금강분향의 구름바다와 같은 삼마지란 ‘제불경계섭진실경’에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수행자는 이 금강무보살의 관문으로부터 일어나 동북각의 금강소향보살의 관문에 들어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금강소향의 구름이다. 시방의 무량세계를 가득 채우고, 허공 가운데에서 시방의 모든 불과 보살들께 공양한다.’
이렇듯 금강분향보살은 아축여래가 그 한량없는 보리행을 통해 대비로자나불에게 공양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생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한없는 보리행을 일으켜 일체중생에게 베푸는 모습이다. 즉 세상을 정화시키는 진리의 향기로써 모든 중생들에게 낱낱이 그 향기를 전하는 소임이 금강분향보살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그 역할을 상징하기 위하여 ‘제불경계섭진실경’에서는 금강향보살의 인계로 금강소향인이 설해진다.
 
‘금강권을 결하고 두 손을 서로 나란히 하며, 손의 앞을 아래로 향하여 양손을 펴서 내며 무량한 향운이 인계를 따라 위로 나온다고 관상하라.’
 
이 인을 결하면 곧 안팎에 있는 온갖 번뇌를 소멸해서 청정심을 얻는다고 한다. 따라서 금강소향의 법에 상응하면 널리 세간에 큰 적열을 베풀 수 있게 되며, 그밖에 금강분향보살의 인계를 결함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기쁜 곳을 얻는다거나, 금강분향보살의 인을 결하는 힘에 의하여 정려바라밀을 증득한다는 등으로 인계의 공덕이 찬탄된다. 삼매야형으로는 향로를 들고 있다. 이것은 보리심의 활동으로 번뇌를 정화하는 금강분향보살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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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교수/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