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심칠존이야기- 13.금강선재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8-04-10  | 수정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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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로써 찬탄하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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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으로 된 불교경전이나 옛날 한문투의 글 가운데 선재(善哉)라 하는 것은 “매우 좋구나”의 뜻으로 쓰는 감탄사이다. 사람들은 좋고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오호, 선재라”하며 그 기쁨의 뜻을 표현하였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에 대한 찬탄의 뜻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기쁨을 함께 느낀다는 동참의식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좋은 일의 완결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의 씨앗으로서 마음속에 다시 심어진다. 그리하여 다음 좋은 일을 마주하였을 때 앞의 기쁨의 씨앗이 더욱 힘차게 나아가는 동력으로 전개된다.  

 

사람들은 기쁨을 느낄 때 에너지가 솟구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월드컵이든 국제경기이든 축구경기를 보다가 자국 선수가 한 골을 넣으면 이를 응원하던 사람들은 일시에 환희한다. 마치 기운이 불끈 솟아오르는 듯이 함성을 지르며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일부는 펄쩍 뛰기도 한다. 환희용약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환희가 힘을 주어서 격한 감정의 표현으로 전개되었으며 그 다음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누구든 스포츠를 관람하거나 직접 운동하면서 기쁨을 얻은 자는 다음에 다시 하려고 하는 의욕을 갖게 된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만이 아니라 학업이나 사업, 대인관계 등 모든 방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뻐서 가슴에 희열이 가득할 때의 심정은 누구든 한 번 이상은 경험했을 것이고 그 환희는 그 다음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환희를 경험하면 계속해서 환희를 경험하고자 하는 의욕이 일어나고 그 의욕은 점점 강해져서 더욱 깊은 환희를 맛보게 한다. 즉 환희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무엇이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마련된다. 

 

불교에서도 환희는 이와 동일하다. 불법을 듣고 마음이 기쁨, 또는 신심을 얻어 마음이 즐겁고 기쁜 것을 환희라 하며, 내 뜻에 알맞은 경계를 만나 몸과 마음이 즐거운 상태이다. 구체적으로 환은 몸의 즐거움, 희는 마음의 기쁨이라 한다. 불법을 닦는 것도 그 처음은 환희로부터 출발하여 점점 고양되는 것이다. 

 

불교의 교리 가운데에서는 '화엄경'에서 설하는 십지 중 초지인 환희지에서 환희가 이러한 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환희지는 기쁨의 단계로서 처음으로 불성의 이치를 보고, 삶의 잘못된 견해에서 야기되는 모든 번뇌를 끊으며 스스로가 무아인 이치와 객관적인 대상세계가 모두 공하다는 이치를 충분히 깨달음으로써 자리이타하여 열 가지 큰 서원을 세우며 마음에 기뻐함이 많다는 뜻으로 이렇게 이름한다. 이 자리는 번뇌를 끊고 더러움을 제거하여 깨끗하게 하는 지위로서 새로운 안목을 열어가는 힘을 갖추었기에, 환희지를 경험한 수행자는 그 다음 순수성의 단계인 제2 이구지로 들어가게 된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문밖과 문안이 다른 것처럼 환희지의 문밖과 문안은 다른 경계이다. 두 번째 문이 되는 이구지의 문도 마찬가지이다. 불법의 가르침을 법문(法門)이라 하는 것은 진리로 향하여 들어가는 문의 뜻이어서 문밖과 문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법을 들으므로서 얻어지는 기쁨을 법희⋅법열이라 하는데 그 기쁨은 힘으로 전개되기에 이후에 펼쳐질 보살십지의 수행을 닦아나아갈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리하여 매 단계마다 불법의 가르침을 듣고 세간에서 그 가르침을 실현하는 자에게 그 가르침을 듣기 전과 실행한 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진리의 문을 통과한 것에 비유한 것이다.

 

금강계만다라에서는 이러한 진리의 문을 네 보살의 연결된 행으로 구성하였다. 삼십칠존 가운데 보리심류에 속하는 사보살의 수행이 바로 그것으로 네 보살의 행은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결관계에 있다. 즉 일관되어 있는 신해의 과정이다.

동방 아축여래의 사친근 중 제1의 금강살타보살은 초발심부터 견고하고 용맹하여 물러서지 않는, 즉 수행자가 보리심을 일으켜서 깨달음을 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강살타보살의 경지를 증득하였을지라도 번뇌가 아직 제거되지 않았으면,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기 어려우므로 사섭의 법을 행하여 이들을 제도해야 한다. 보리심을 일으켜 자재를 얻어 갈고리가 모든 것을 이끌어오듯이 일체를 포섭하는 보리심의 덕을 금강왕보살이 상징한다.

비록 갈고리로 끌여들었을지라도 아직 대비의 마음을 갖추지 않았다면, 반드시 모든 중생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구해주어야 함을 금강욕보살이 상징한다.

이 뛰어난 행으로 말미암아 “오호, 선재라”하면서 아주 기뻐하며 찬탄하는 역할을 금강선재보살이 담당한다. 

 

이상의 네 보살은 금강부 가운데 아축불의 권속들이다. 이들의 활동 목적은 보리심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있다. 보리심류 네 보살의 상징성을 통해서 수행자는 발보리심이라는 법문을 열고 환희의 경지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서 네 번째의 금강선재보살은 '금강정경'에 ‘일체여래께서 훌륭하게 지으신 활동’이라 하며 ‘금강선재극희왕’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훌륭하게 행한 일에 환희하는 덕을 상징하는 보살로서 보리심류 네 보살이 행한 활동의 마무리를 짓고 환희 가운데에 그 다음 공덕취류 네 보살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연결된 행으로써 보리심을 일으켜서 대각을 구하고 대자재력을 얻어 일체를 포용하며 진실로 사랑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되었을 때에 이 의욕으로 진실한 희열을 향수하는 것이 금강선재보살의 지극히 뛰어난 기쁨이다. 이 보살은 중생들에게 자비와 이타를 보여주고 계율을 지키는 자를 찬탄하고 인욕 뒤에 안락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보리심의 덕을 완성시켜 준다. 따라서 백팔명찬에, ‘금강환희ㆍ마하열의ㆍ환희왕ㆍ묘살타상수ㆍ금강수ㆍ금강희약’ 등의 이름으로 그 덕이 찬탄된다. 기타 다른 경전에서도 ‘금강칭보살’, ‘환희왕보살’이라고도 하며 밀호는 ‘찬탄ㆍ안락ㆍ선재금강ㆍ애락금강ㆍ환희금강’ 등이 있다.  

 금강선재보살의 출생을 '금강정경'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환희왕대보살의 삼매에서 출생한 금강삼마지에 들어가시니, 이것을 일체여래의 극희삼매라 이름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내었을 바로 그 때 곧 저 덕을 갖춘 지금강자는 금강선재의 형상을 이루고 곧 세존 대비로자나여래심에 들어가 합하여 한 몸이 된다. 이로부터 금강희의 형상을 출현하고 저 지극한 기쁨의 성품은 금강살타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한 까닭에 합하여 한 몸이 되어 극희왕대보살신을 출생한다.”

 

여기서 극희왕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 이상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기쁨이다. 그 기쁨의 원인은 일체의 훌륭한 사업을 행하여 일체에 베풀었기 때문이다. 기쁨을 주고 스스로도 기뻐하는 극희왕대보살신은 극희삼매에서 출생한다. 금강살타보살이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금강왕보살이 보리심을 발한 중생을 구소하며, 금강욕보살이 화살로 번뇌를 쏘아맞추는 일체의 사업에 대해, 환희를 나타내 보임을 금강선재보살로서 의인화한 것이다.

이것이 '성위경'에는 다음과 같이 설해지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선재환희왕용약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선재환희왕용약삼마지지로부터 금강선재인광명을 유출하여 두루 시방세계를 비추고, 모든 중생들의 근심과 슬픔을 비추며 보현행에서 소극적인 마음을 일으키면, 신심으로써 환희하는 지혜를 얻게 한다. 돌아와 한 몸에 거두어져서 일체의 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하기 위하여 금강선재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아축여래의 뒤쪽 월륜에 머문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앞에서 금강살타ㆍ금강왕ㆍ금강욕보살의 활동에 이어, 그러한 활동에 의해 고양된 기쁨을 중생들 모두가 향수하게 하는 금강선재보살의 활동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선하지 않은 모든 것을 부수어 선함 가운데 들게 하며 저 환희하지 않는 자들까지 모두 환희케 하므로 금강선재라 칭하는 것이다. 동방 아축여래의 북방에 위치하는 금강선재보살은 '제불경계섭진실경'에 ‘좌우의 엄지와 검지를 펴고 세번 탄지하라. 이는 환희상이다. 만약 이러한 인을 결하면 바로 무명의 성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벅차오르는 기쁨을 손가락을 튕기는 탄지로써 상징한다. 중생들에게 자비와 이타의 훌륭한 사업을 보여줌에 따라 중생은 보리심의 덕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보살에게 그 이상가는 것이 없는 최고의 환희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금강정경'에 ‘금강선재인을 결함으로 해서 곧 모든 부처가 환희하시게 한다’고 하며, '약출염송경'에 ‘금강환희계를 결함으로 말미암아 일체의 최승한 것을 모두 선재라고 칭탄한다’고 금강선재보살의 공능이 찬탄된다. 공양회에서 보배를 얹은 연꽃을 양손으로 들고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찬탄되어야 할 사업에 대한 무한한 공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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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재보살

 

김영덕 교수/ 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