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심칠존이야기- 4.무량수여래(無量壽如來)

밀교신문   
입력 : 2018-03-15  | 수정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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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세계의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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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세계가 고통이 많고 힘겨울수록 누구나 이 모든 고통을 훨훨 벗어버린 꿈과 같은 이상적 세계를 동경하며 그러한 세계의 실현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 세계에 대한 강렬한 바램이 있을지라도 그 바람이 현실적으로 온전히 구현되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 그것은 대개 이상적이라고 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을 추구하였기에 바램 자체가 목적이고, 먼 세계에 동경의 대상으로 남게 될 것을 미리 전제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에서도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 세계는 고통받는 현실과 달리 마음에 편하게 즐거움을 받아야 하므로 안락(安樂)이어야 하고, 그 이상의 즐거움이 없는 곳이기에 극락(極樂)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상적인 세계가 꿈으로만 남지 않는다. 불도를 수행하는 자들에 의해 이 세계에 가고자 하는 바램이 신앙으로 정착되어 왔으며 실현가능한 일로써 제시되었다. 

 

불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이상적 세계로 서방의 극락정토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이상적인 세계에는 역시 이상적인 부처님이 계실 것이다. 그리하여 고통과 불행이 없는 절대안락의 세계가 그 부처님으로부터 전개되어 나갈 것이라고 하게 되었다. 그 세계의 부처가 다름아닌 아미타여래이다. 아미타여래는 무량광불(無量光佛, Amitābha-Buddha) 또는 무량수불(無量壽佛, Amitāyus-Buddha)이라 하는데, 이것은 무량한 수명, 무량한 광명의 뜻으로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의미한다. 또는 무량청정불⋅무량불⋅감로불⋅진시방무애광여래라고도 하는 한량없는 광명의 부처, 한량없는 생명의 부처로 극락세계의 교주이다. 극락은 서방으로 십만억국토를 지난 곳에 있다고 하는데, 서방이란 인도인의 관념으로 볼 때에 해가 지는 곳에 있으므로 미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생들이 미래에 갈 곳으로서 극락세계는 서방에 위치하는 것이다. 이 아미타불이 서방불이라는 것은 '아미타경'이나 '법화경'과 기타 많은 경전에서 설해져 있으며, '최승왕경'ㆍ'다라니집경' 등에서 사방사불을 설하는 경우에도 모두 동일하게 아미타불을 서방불로 하고 있다. 태장만다라와 금강계만다라에서도 서방에 위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량수경'에 의하면 아미타불은 원래 오랜 옛적 과거세에 인도의 왕족으로 태어나 세자재왕불의 감화를 받은 법장비구가 2백 10억의 많은 국토에서 훌륭한 나라를 택하여 이상국을 건설하기를 기원하고 또 48가지 서원을 세워 자기와 남들이 함께 성불하기를 소원하면서 장구한 수행을 지나 성불한 부처님이라고 한다. 48원의 하나 하나는 한결같이 남을 위하는 자비에 가득 찬 이타행으로 되어 있고, 그것은 보살행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48원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미타불 자신에 대한 것, 둘째 아미타불의 국토에 대한 것, 셋째 그 불국토에 태어난 이에 대한 것, 넷째 앞으로 불국토에 왕생하려는 이에 대한 것 등으로 되어 있다. 

'무량수경'에서 법장비구는 48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코 부처가 되지 않을 것을 밝히고 있으며, 48원 하나하나는 완전무결한 이상세계를 이룩하고자 세운 서원으로서 법장비구는 가지가지 보살행을 닦은 뒤 48원을 모두 이루어 아미타불이 되었으며, 48원이 모두 성취된 세계가 곧 극락정토이다.

 

이러한 아미타불에 관한 신화는 석가모니의 성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성스러운 성품의 정도가 보다 강한 존재로서 올려놓기 위해서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현실적인 부분들이 빠지고 이상적인 모습이 강화되었다. 이와 같은 아미타불은 이른바 인간에게는 일찍이 없었던 모습으로,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이며 장엄한 정토 가운데에 조용히 중생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석가모니불은 진리의 법칙, 그 자체가 역사 가운데에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나타난 화신이지만, 아미타불은 법장비구가 과거세에 선행을 행한 공덕의 보은으로 출현한 보신, 즉 이상적인 여래상이다. 

 

이상적이라고 하면 대개 현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성취되지 못할 것을 사람들이 미리 전제한다고 하였지만, 대승불교에서 타력신앙의 대상인 아미타불은 누구든 이 부처의 명호를 부르기만 하면 정토에 왕생한다고 하는 사실에 대해 누구도 그 성취불가능을 전제하지 않았기에 그토록 오랜 기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신앙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성취가능한 이상세계가 바로 극락정토요, 그 세계의 부처가 아미타여래이다.

그 이상의 성취가능성은 아미타불의 다른 이름인 관자재여래, 또는 관자재왕여래란 명칭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관자재보살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알려주는 이 명칭은 아미타불에게 자비라는 특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중생에 대한 무한한 대자대비로 중생들로 하여금 극락이라는 이상적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여래에 대한 신앙은 적게 잡아도 약 2천년의 기간을 헤아릴 수 있으며, 그 동안 인도를 비롯한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수억에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신앙되었다. 대장경 가운데에서도 아미타불과 직접 관련되거나 간접적으로 연관된 경론은 거의 270여부에 달하며, 최근의 연구까지 더한다면 매우 방대한 양이 된다. 이것은 이 여래가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걸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한다.

정토의 교주이며 이상적 세계의 보신으로서 자비를 상징하는 아미타불은 밀교의 들어와서 증보리심을 상징하는 부처로 그 성격이 변화된다. '금강정경'에 의한 아미타불은 오지 가운데 묘관찰지가 구현된 것으로 지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대일경소' 제4권에 이 부처는 대일여래의 방편지이며 중생계가 다함이 없으므로 방편 또한 다함이 없다. 그러므로 무량수라 한다고 설하고 있다. 결국 최대의 자비는 절대의 경지를 체험케 하는 것이며, 성불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중생에게 힘을 가하여 강제로 성불시키는 부처님은 어디에도 없다. 자기 자신의 마음속 성품이 바깥의 연을 만나서 변화할 때에 세속적으로는 구원이며 출세간적으로는 성불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내부로부터 자기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바깥에서 만나게 되는 외연은 그저 미미한 힘일 뿐이다. 즉 스스로 자각하지 않는 한 불도성취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승불교에서 자비를 상징하는 아미타불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은 중생들 마음속에 자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미타여래는 밀교에 들어와서 그 자비를 더욱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 대일여래의 방편지로서 안으로 제법의 실상을 비추고 밖으로 중생의 근기를 비추어 그 덕이 무량무변하며 중생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설법하는 부처님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중생의 능력을 묘하게 관찰하여 그에 맞추어 설법하는 특성으로 인해 설법으로 온갖 의심을 끊는 부처님이 바로 아미타여래이다. 이와 같은 중생구제의 염원을 상징하는 부처로 그 무한한 애정을 연꽃의 붉은 색으로 나타낸다.

붉은 연꽃 색이 상징하는 서방의 세계는 바른 지혜와 무한한 사랑을 나타내는 연화부의 세계로써 흡사 연꽃이 진흙 속에서 생겨나도 그 진흙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일체가 자성청정의 생명체이고 모두가 하나의 몸인 것을 미묘하게 관찰하는 묘관찰지의 경지를 보이고 있다. 연화부는 중생의 마음 가운데에 본래 정보리심의 청정한 이치가 이미 구족되어 있으므로, 생사윤회에 빠져있을지라도 물들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는 것을 연꽃에 비유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역할을 '약출염송경'에서는 아미타불의 공작좌로 상징하고 있다. 아미타불의 자리를 공작좌로 한 것은, 공작이 독사를 잡아먹기 때문에 재난이나 액운의 제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강정경의결'에서는 세간에서 공작새를 상서로운 날짐승으로 여기는데, 이 날짐승은 아름다우며 갖가지 색을 갖추고 있기에 전법륜왕은 이를 자리로 삼아 대법륜을 굴린다고 한다. 인계에 대해서는 '제불경계섭진실경'에 모든 산란한 마음을 없애는 수인이라고 한다. 이 인을 결하고 나서 서방 무량수여래의 삼매에 들어 나의 몸과 무량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과 온갖 중생, 그리고 산천초목 모두가 붉은 연꽃의 색이라고 관하면 행자 및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산란한 마음을 제거하여 삼매에 들게한다고 설한다. 

 

본래 청정한 중생에게는 그 청정을 드러내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방 아미타불은 그 지혜의 덕과 설법을 통하여 중생들의 의혹을 끊어주기 위해서 사방에 4친근의 네 보살을 시현하니 이들이 연화부의 대표적 존이다. 이들 네 보살의 활동을 통하여 중생 마음속 성품이 변화되도록 돕는 대자대비한 덕이 세계에 무한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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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