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부처님을 믿어라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 수정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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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지 말고 진리인 법신부처님을 믿어야 한다. 부귀한 자는 더욱 부귀해지고 가난한 자는 넉넉해진다. 연잎에는 물을 부어도 그 잎에 물이 묻지 않고 물방울이 구슬처럼 굴러 내린다. 불법은 슬프고 고통스럽고 괴로움에 허덕이는 자에게 환희심이 일어나게 한다, 불도를 닦는 집에 꿈엔들 큰소리나 싸움 소리 들리겠는가. 법신 비로자나불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사람에 의뢰하고 간사하게 하면 곧 비방거리가 된다.”(실행론 제3편 제11장 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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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가 진리다
 
이륙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탑승은 마무리된 듯 했다. 주변에 빈 좌석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봐서 만석인 모양이었다. 탑승을 위해 열어두었던 출입문도 닫힌 지 오래다. 승무원들은 객실을 분주히 오가며 아래위를 훑었다. 닫히지 않은 선반 위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문을 닫고는 손으로 꾹꾹 눌러 거듭 확인했다. 승객의 좌석 등받이와 안전벨트, 좌석 뒤에 붙어 있는 테이블의 위치를 점검하기에 바빴다.
 
객실을 분주하게 오가던 승무원들이 제 위치를 찾아 바른 자세로 섰다. 그리고는 구명조끼를 입자마자 선반에 달라붙어 있는 작은 모니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상시를 대비한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무원들이 비상구와 구명용품이 있는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비상시 머리 위쪽에서 내려오게 돼 있는 산소마스크를 끌어당겨서 쓰는 법을 시범보이고 구명조끼 착용법을 차례대로 일러주었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이륙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이 휴대하고 계시거나 사용하고 계신 휴대전화기, 노트북, 전자면도기 등 각종 전자기기는 비행안전을 위해 잠시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좌석 등받이를 바로 세워주시고 좌석 앞의 테이블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해주시며 좌석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비행기 곧 이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무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이륙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뒤따라 나왔다. 이륙하기 전에 다시 휴대 전자기기를 끄고, 좌석 등받이를 바로 세우며, 좌석 앞 테이블을 제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주문했다. 이륙을 위한 행동절차를 거듭 당부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비행기는 이륙할 수 없다는 엄포와도 같이 들렸다.
 
진주는 영상으로 흘러나오는 비상시 행동요령을 살펴보느라 모니터가 뚫어지도록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바깥을 내다봤다. 마침 좌석이 비행기 날개가 있는 쪽이라 엔진을 달고 있는 주날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거대해 보였다. 그때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를 굴려서 활주로를 찾아 가는 듯싶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찰나였다. 움직이던 비행기가 멈춰 서면서 객실의 불이 모두 꺼졌다. 승무원들이 부산스러워보였다. 비상구를 표시하고 있는 불빛과 복도를 가리키는 불빛만 또렷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대낮이었던지라 객실 내부는 비교적 환했다. 그랬기에 승무원들의 이상행동은 쉽게 감지됐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구명조끼를 챙겨 입는 모습이 뭔가 심상찮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잠시 대기 중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객실 내에서 안전하게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승무원들의 안내에 절대적으로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승객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하려던 차에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내방송만으로 봐서 별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승무원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엄연한 실제상황 이었다.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봐도 특이한 움직임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방차나
 
앰뷸런스가 달려온다든지 하는 광경도 없었다.
“승무원. 승무원…….”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으니까 산소마스크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고 난리를 피우는 거 아닌가 말이야.”
“일이 있으면 알려줘야지. 말도 없고, 자기네들만 살겠다고 저 난리법석인 것은 아닌가, 몰라.”
“비상구를 열어, 비상구를…….”
 
객실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일었다. 좌석에서 일어나 객실을 오가는 사람도 하나, 둘 생겨났다. 시끌벅적한 난장과도 같았다. 선반 문을 열어젖히고 휴대가방이나 짐을 끄집어내는 이도 보였다. 아수라장이 벌어질 조짐이었다. 비행기 객실이라는 한정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자칫 다툼이라도 일어난다면 이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태의 심각성은 점점 더했다.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면서 머리는 복잡해지고 있던 그 순간 실내등이 켜졌다.
 
“승객 여러분. 아, 아. 지금 우리 비행기는 이 세상에서 다시는 없을 아주 특별한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 아, 아.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이 순간을 만끽하시면서 즐기시기 바랍니다. 아, 아. 승객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일생에 있어 매우 특이한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 아. 이 순간을 기억하십시오.”
 
꺼졌던 실내등이 켜지면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안내방송을 하는 사람이 승무원 같지가 않았다. 지나치게 큰 소리가 위압적이기도 하면서 의심을 갖도록 했다. 말투도 그랬다. 한 마디를 하고 다음 말을 할 때마다 ‘아, 아’하는 투가 영 미덥지 않았다. 방송연습을 하는 아마추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누군가가 상황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승무원들을 구금하고 벌이는 방송은 아닌가, 하는 불순한 마음도 순간적으로 들었다.
 
방송이 나온 후 소동은 더 거세졌다. 승무원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는 이도 있었다. 승무원을 밀쳐내고 방송실로 쳐들어가겠다며 악다구니를 하는 이도 보였다. 비행기를 세우고 문을 열어 탈출하겠다는 이들도 하나, 둘 늘어나면서 조종실 앞에서 무리를 이뤄 주먹다짐도 할 태세였다. 일은 것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번져가고 있는 듯 했다.
 
“승객 여러분. 숙녀와 신사 여러분. 우리 비행기의 기장 로버트 윌리언스입니다. 우리 비행기는 이륙에 앞서 아주 특별하고도 엄중한 비상점검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비행을 위한 세기적인 비상점검이었던지라 승객 여러분들에게 미리 알려드릴 수 없었던 점 널리 양해바랍니다. 앞으로 이런 비상점검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을 오랜 시간동안 인내심을 갖고 참으면서 견뎌주신 승객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 비행기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승객 여러분들을 모시고 이륙하겠습니다.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실 수 있도록 저와 승무원 모두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주는 비행기 객실 안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한바탕 소동에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적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 승무원은 승객들의 산소마스크 착용과 비상행동을 돕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터였다.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달려 있다는 말은 위기대응매뉴얼의 명언과도 같은 말이다. 일반 승객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여겨질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순서와 절차에 따르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진리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정유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