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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계기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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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도 일본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종무원 연수로 일본에 또 가게 되었다. 첫 번째 일본 여행은 군대 제대하고 간 것이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내가 사회생활을 해서 전보다는 성숙해진 상태로 일본에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사카에 가게 되면 누구나 당연히 오사카성을 생각하지만 10년 전에 이미 갔었기 때문에 일정에서 뺐다.

 

 오사카성이 관광지로서 너무나 유명해서 일부러 뺀 것도 있다. 오사카성에 가면 여기저기에서 김치’, ‘스마일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신 히메지성과 와카야마성을 가 보기로 했다. 다른 성에도 가 봄으로써 오사카성과 비교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두 군데 다 숙소가 있는 신사이바시역에서 엄청 멀었다. 지하철을 1시간 반 정도 타고 가서 역에서도 성까지 걸어갔다. 다리는 아팠지만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여행 초반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우리나라 1970~1980년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거리도 깔끔하고 일본어를 못 하는 외국인이 혼자 다녀도 안전할 만큼 치안도 좋고 교통이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의문은 히메지성과 와카야마성을 보고 나니 더욱 커졌다,

 

히메지성은 일본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오사카성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외관뿐만 아니라 군사적 요새로서도 정말 훌륭했다. 히메지성은 적군이 쉽게 쳐들어오지 못 하도록 복잡하게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본인도 숨을 헐떡이면서 대천수각까지 올라갔다. 정말 히메지성은 건축물이 가져야 하는 심미적인 측면과 성으로써 적을 막는 방어적 측면을 모두 완벽하게 갖춘 목조 건축물의 걸작이었다. 와카야마성 역시 훌륭했다.  

 

정말 일본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와카야마성을 추천한다. 와카야마현이 관광지로서 개발이 많이 되어 있지 않아 일본 특유의 느낌을 느낄 수 있고 오사카 성이나 히메지성에 비해서 유명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 와카야마성의 규모 역시 아담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볼 수 있다. 와카야마성 뒤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니시노마루 정원도 매력적이어서 보기만 해도 정말 힐링이 저절로 되었다. 히메지성과 와카야마성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타면서 사색에 잠겨 보았다.

 

 수백 년 전에 지은 성은 그렇게 아름다운데 어떻게 지금 일본의 모습은 촌스러워 보일 수 있을까? 본인은 일본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그 답을 알아냈다. 일본 화장실 모든 칸에 비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고급 건물에 가도 화장실 모든 칸에 비데를 설치하지 않는다. 다만 화장실에 그림이나 명언을 걸어 놓는다. 생각해 보자.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이 그림과 명언을 보려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아니다. 비데가 더욱 실용적이다. 그랬다. 지극히 한국적인 시각으로 일본을 보니 일본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일본은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나라였다. 이렇게 시선을 바꾸니 새삼 일본이 대단해 보였다. 과연 우리나라가 지하철 모든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이 나올까 생각해 보니 일본의 경제력이 대단해 보였다.

 

45일 동안 일본의 수많은 지하철을 갈아탔는데 단 한 번도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유모차 타는 아기를 제외하고는 빠질 수 없을 정도로 간격이 좁았다. 이것 역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었다. 우리는 심심하면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라는 멘트가 나온다. 왜 그 간격을 좁히지 않는 것인가? 기술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 생각에는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간격을 좁히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 시나 그림을 다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안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일본 지하철에는 시나 그림 같은 것이 한 군데에도 없었다. 사실 지하철 타러 오는 사람들이 시나 그림 보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은 본래 목적인 사람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기술은 등한시하고 그림이나 시 같은 곳에 예산을 쓰고 있다.  

 

사실 일본 지하철보다 우리나라 지하철이 보기에는 훨씬 있어 보이고 화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용성과 기능성 면에서는 일본 지하철이 훨씬 우수했다. 와카야마성에서 역까지 걸어가면서 본 차 중에서 80%는 경차였다는 사실과 자전거 주차장에 있던 수많은 자전거가 그때 생각났다. 과연 일본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경차와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 아무리 일본 물가가 살인적이라고 하더라도 경차를 살 정도의 경제력이라면 그 중에서 몇 명은 충분히 중형차를 살 수 있다고 본다. 정장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심심찮게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경차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생각해 보았다. 아마 그 친구는 연애도 못 하고 중요한 계약에서 퇴짜를 맞지 않을까?

 

일본은 경차와 자전거로 출퇴근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경제대국이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리와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국민성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식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해서 수많은 나라에서 우리 경제 발전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다 우수한 것도 아니다. 일본은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비뚤어진 역사의식으로 세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실용주의와 근검절약 정신 같은 부분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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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포항교구 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