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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   
입력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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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해가 짧아지고 저녁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첨성대가 한층 더 높아 보이고 하늘은 선명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완연한 가을이다. 올 여름은 잔인했다. 가을이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가을이 왔다. 홍원심인당에 발령 받아 첫 야외법회를 914일에 다녀왔다.  

 

전남 장흥에 위치한 보림사 가는 버스 안에서 불렀던 노래가 불현 듯 생각난다. 문병란 시인이 통일을 염원하며 지은 직녀에게란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내게 직녀에게는 언제부턴가 가장 즐겨 부르는 단골 노래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가을처럼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꿈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독일을 보면서 언제 부러워했느냐는 듯이 가슴이 뭉클했다. 내 시선은 918부터 20까지 저녁 텔레비전에 목석처럼 고정되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있는 내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지난 427일의 역사적 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은 평화,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번 슬로건은 평화, 새로운 미래이다. 4.27이 먼저 새로운 평화의 시작을 열었다면, 이제는 우리 모두의 소원인 평화의 새로운 미래는 아무런 조건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평화를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은 순간의 감동과 충격 그리고 환호를 어찌 잊었겠는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국민으로서 한반도의 한 구성원으로4.27 기념식수 장면을 지켜보며 감격을 금치 못했다. 백두, 한라의 흙과 한강과 대동강의 물이 이른바 남북한의 땅과 물이 하나 되는 감격의 순간 또한 잊지 못 할 것이다. 이번 두 정상이 백두산 천지에 올랐을 때 김정숙여사가 가져간 한라산 물 반을 백두산 천지 물에 붓고 나머지 반은 천지 물로 채웠을 때의 그 감격과 감동의 순간 또한 평생 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문병란 시인의 시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여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처럼 이별한 채로 우린 너무 오랜 시간들을 보냈다.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남북문제가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저마다 어떤 노력과 자기성찰이 필요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화해의 목표와 과정이 구체적 생활의 실천에서 이루어져야하듯 삶의 여정 또한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표와 약속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신문기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한바 있다. ‘1만 시간은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끈기와 열정과 노력의 소산물임을 알 수 있다. 하루에 3시간씩 10, 하루에 6시간씩 6, 하루에 10시간씩 3년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가능한 시간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인내와 열정과 끈기야 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올 들어 유난히 비소식이 잦다.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다.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들이다. 비만 오면 웃자라는 잡초들 덕에 홍원의 식구들이 모여들어 공동의 풀매기 작업에 들어간다. 이 작업은 은근한 끈기와 인내와 대화를 필요로 한다. 보살님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정원 잔디에 웃자란 잡초들을 뽑는다. 그 담장 사이로 경쾌한 웃음소리도 함께 자란다. 그러면서 조금씩 법문도 얘기하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도 하며 잡초를 뽑으며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잡초가 고마운 존재로 다가왔다. 잡초를 사이에 두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노동의 소중한 가치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을 통해 소통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대화의 즐거움을 모르면 공감대 형성이 어렵고 소속감, 창의력, 성취감이 모두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상에 태어나 쓸모없는 잡초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자 인연에 따라 동업인 동시에 별업으로 태어났기에 근기차별은 있을 수 있다. 부처님께서 사람의 몸 받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했다. 어쩌면 이생에 와서 이렇게 불법을 만난 것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필연처럼 느껴진다. 늘 내가 지은 복보다는 훨씬 더 많이 받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도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