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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사람들 18-수국사 산사음악회

편집부   
입력 : 2018-07-23  | 수정 :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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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황금사찰 수국사 금빛 나눔의 노래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수국사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국내 유일의 황금 사찰로 108평 규모의 청기와로 된 황금법당과 아미타부처님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도량이기도 하다. 또한 수국사는 도심 속 사찰로 자연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열린 공간이자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찰이다.

싱그러운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의 초입에 도심 속 황금사찰 수국사에서 제5회 ‘나눔의 노래’ 산사음악회가 6월16일에 열렸다. 보통 사찰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무료이지만, 수국사 산사음악회는 1,000석의 유료 좌석을 판매하였다. 판매한 티켓의 수익금 전액은 은평구청에 기탁되어 지역주민을 위한 장학금과 복지기금으로 회향된다.

음악회를 기획한 수국사 주지 호산스님이 시작한 나눔의 노래는 상원사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선방을 짓고, 사찰을 알리기 위한 작은 음악회였다. 이후 양평 용문사 주지로 재임하면서 음악회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로의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음악회를 통한 수익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특별한 테마를 가진 문화행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했다. 하지만 산사음악회에서 유료 티켓을 판매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찰 음악회는 무료공연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돈을 내고 보는 공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금이 음악회비용이나 다른 곳에 쓰였다면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익금 전체가 인재 장학금이나 복지에 기부되는 무대이기에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자신이 기부한 하나하나의 좌석에 담긴 나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중들이 경내를 채우기 시작하고, 공연준비 마지막 체크를 하는 이때가 가장 긴장도 되지만 그날의 공연의 분위기를 미리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는 팽팽한 긴장감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오늘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눈에 많이 띄고, 등산복 차림의 관람객들 사이로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간간이 보인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들과 한껏 들떠있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음악회장의 분위기는 여느 산사음악회와 다르지 않았다.

공연시작 전에 수익금 전달식을 하고,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스님의 합창예불과 연합합창단의 합창으로 음악회 본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노래하는 심진스님이 ‘무소의 뿔처럼’을 열창하여 사찰음악회만의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추억의 7080 가수 우순실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듣는 ‘잃어버린 우산’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세월이 흘러도 노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해주는 듯 열창을 이어가며 큰 박수를 받았다.

경내를 가득 매운 관객들은 공연 내내 사찰경내에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무대와 공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무대들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공연들이 이어지고, 특히 사찰에서 보는 현란한 비보이들의 공연은 관객들의 큰 호응이 있었다.

공연의 피날레에는 소리꾼 장사익선생의 무대를 준비했는데, 토해내듯 뿜어 나오는 애절한 목소리는 고요한 산사를 가득 채워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을 파고들며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어둠이 내리고 음악이 무르익으며 황금사찰의 빛이 온 경내를 비추는 공연의 마지막 즈음 장사익 선생의 주문으로 모두 휴대폰을 꺼내들고 휴대폰 빛으로 별빛 물결을 만들며 공연을 마무리 하였다. 관객들이 만들어 낸 불빛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움직이면서 관객들의 마음 또한 하나가 되었다. 나눔으로 하나 되어 음악과 함께 깊어가는 여름밤 아름다운 음악회였다. 이번 음악회는 은평구 구산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함께 주관하여 주민들이 직접 음악회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단체가 함께 참여하여 주민들 스스로 홍보도 하고, 티켓도 팔고, 주차 안내도 하는 등 주민들이 봉사하며 지역문화축제를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이것이 진정한 문화포교이자 지역주민에 도움을 주고 화합하고 불교의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저 불자들만의 행사가 아닌 지역문화축제의 하나로 인식되어 주민들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된 것이다. 돈을 내고 보는 관객이 아니라 함께 행사를 만들어 가는 주최자의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면서 또 다른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호산 스님은 음악회를 통해 사찰이나 불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된다면 그 또한 넓은 의미의 지역포교라고 하였다. 불교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사찰의 문턱을 낮추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포교이고 음악회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주지 스님은 매년 새로운 음악회를 기획하고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불교의 색깔을 너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 산사음악회의 역할이고 종단과 네트워크가 잘 연계가 되어서 재능 있는 불자 예능인들이 무대에 설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수국사 산사음악회는 지역주민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문화포교와 동시에 자비의 나눔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찰에서 다양한 불교문화행사를 하고 있고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산사음악회라는 공연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공연수익금으로 기부를 하는 행사는 최초여서 처음에는 모험이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기부의 마음으로 좌석을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참가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고, 음악회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힐링할 수 있는 자리였으니 돈을 내고 안내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이런 음악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 되어 즐기는 산사음악회가 곧 이웃을 돕는 일이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공연이자 진정한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산사음악회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수국사 나눔음악회가 앞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이어나가 대중문화 포교와 자비 나눔을 실천하는 새로운 불교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