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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기적인 사람

편집부   
입력 : 2018-06-01  | 수정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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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한 버스 기사님이 운전하면서 틈틈이 쓴 글을 모아서 󰡔나는 그냥 버스 기사입니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진상 승객에게 시달리는 일상의 삶을 성찰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 분은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냉장고에 두고 나온다고 합니다. 운전하며 분노가 쌓인 상태에서 건드리면 말이 곱게 안 나가게 되고 손님한테 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민원이 들어가게 되고 친절교육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CCTV로 내 자신의 꼴을 보게 되고 반성문 쓰고 벌금 5만원 내고 친절 교육도 받고, CCTV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요. 내가 인간이 아니었구나. 개[犬]였구나.” 이렇게 스스로의 분노의 모습을 개[犬]에 비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성숙시켜가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스스로 배우고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더 낮추는 겁니다. 시비 따지려 들면 운전 못 해요. 에고(ego·자아)를 버리면서 흐물흐물해졌어요. 버스 기사들이 대개는 참았다가 술집이나 각시한테 가서 사고를 칩니다. 저는 글로 우회했었어요. 차라리 내가 훌륭해져 버리자. 측은지심으로 가면 빠져나올 수 있어요.” 글쓰기를 매개체로 스스로를 관찰하고 감정을 다스리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간 감정의 자연적 수명은 90초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90초만 가만히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희로애락 모든 감정은 자연히 가라앉습니다. 화가 났을 때도 90초만 가만히 마음을 지켜보면 분노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 저 생각이 덧붙어서 집착이라는 놈이 마음에 달라붙으면 이놈이 땔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분노의 시간은 한 없이 연장되고 맙니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노예가 되어버립니다. 사람들은 늘 상대를 바라보는 데 익숙합니다.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나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바꾸어 나가야합니다. 상대의 소리에, 상대의 행동에 내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내 내면을 바라보고 내 내면의 소리를 관찰할 줄 알아야 합니다. 90초만 모든 것 내려놓고, 돋보기처럼 그리고 현미경처럼 자신을 지켜보고 관(觀)해봅시다. 그렇게 나를 살필 수 있는 사람은 내 감정을 스스로 다스려냅니다. 참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의 삶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오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게 살기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신경쓰고 건강을 삶의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가되면 누구나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육체적 건강검진도 받아야하겠지만 우리 삶에 대한 건강검진이 더욱 중요합니다. 평소 하는 나의 말씨, 얼굴 표정, 태도, 가치관 등 나를 이루는 무형의 모든 것이 내 삶에 대한 건강검진의 대상입니다. 정기적으로 수면 내시경을 하고 CT 촬영도 하듯이 내 마음도 정기적으로 내시경 하고 내 삶도 그렇게 스캔해 나가야 합니다. 회당 대종사의 말씀입니다. “몸을 좋게하는 방편보다 마음을 좋게하는 방편을 세워 나가야만 한다. 마음이 밝은 곳에 모든 것이 잘 된다.”(실행론: 4-1-15) 내 마음의 건강검진은 내 삶이 밝아지고 모든 것이 원만하게 되는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바르게 사는 길입니다. 그 시작은 베푸는 마음입니다. 말씨도 표정도 태도도 베풂의 대상입니다.

어떤 명리학자는 이야기합니다. ‘자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가 바로 베풀고 나누는 것이다. 이것들은 쌓여 자기에게 되돌아오고 더불어 자식에게 간다.’ 그래서 베풂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미소는 얼굴의 베풂이지요, 얼굴이 예쁜 사람입니다. 힘이 되는 한마디의 말은 입의 베풂이지요, 입이 예쁜 사람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한 번의 마음씀이 마음의 베풂이지요, 마음이 예쁜 사람입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은 베풂에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겠지요. 되돌아와 자신도 예쁘고 자식도 예쁘게 만드는 비결입니다. 부처님도 ‘복 짓는 행위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도 참으로 이기적인 분이셨네요. 경전의 가르침입니다. “내가 가진 것은 영원히 남의 것이요. 남에게 주어버린 것은 영원히 내 것이다.” 베풂은 이기적인 것이 맞네요. 계절을 알리는 갖가지 예쁜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어떤 꽃보다 더 예쁜 내가 되어가겠습니다.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 되겠습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