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72

편집부   
입력 : 2018-04-30  | 수정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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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고(病苦)에 시달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면 좋을까요?

‘한 끼 줍쇼’라는 프로그램, 혹시 보십니까? 저는 최근 들어 ‘다시 보기’로 몇 번 봤는데, 너무 훈훈하고 좋더라고요. 초등학교 시절에 사정이 어렵고 연로하신 분이 간혹 심인당에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불공 기간이 아닐 때는 손수 밥상을 후다닥 차려 소찬을 드시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때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때론 초인종 사이로 들려오는 냉랭한 소리에 서글픈 얼굴빛을 감추지 못하는 이경규・강호동 씨를 보면서, 모르는 집 식구와 밥 한 끼를 나눈다는 것이 이 현대사회에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하게 되더군요.

한번은 어느 독실한 가톨릭 집안 식구들이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니와 중학생 된 막내딸이 이경규 씨와 식사하는 도중에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가장이 뒤늦게 퇴근해 들어왔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있었다는 거예요. 당시에 친구들을 만나 식당에서 소간을 먹었는데, 그게 탈이 나서 온몸에 기생충이 퍼져버렸던 모양이에요. 처음에는 앞이 흐릿하게 보여서 안과에 갔더니, CT를 찍어본 의사가 “눈이 문제가 아니고 뇌에 물이 차 있는 것 같다”면서 종합병원에 가 보라고 하더래요. 그래서 급하게 접수를 마치고 검사를 해 보니, 기생충에 감염이 되었다면서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결국에는 일곱 차례에 걸친 큰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한 번 수술할 때마다 8시간이 걸렸고, 한 번에 기생충 30마리 정도를 꺼내는 것 같더래요. 수술을 많이 한 탓에 얼굴이 축나고 몸이 급격하게 늙어버렸다고 해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만큼은 더 강해졌고, 오히려 이 일로 인해 가족 간에 똘똘 뭉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딸은 자신이 받은 장학금을 아버지의 수술비에 보탰고, 뜸하던 두 아들 역시도 왕래가 더 잦아졌대요. 부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보시라고 했더니, “부인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자기가 있는 건데, 어떻게 나쁜 점이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무조건 너무나 고맙다는 말씀만 연거푸 하시더라고요.

정말이지 육신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 비록 건강하더라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숨 한번 들이켰다가 내쉬지 못하면 바로 내생인 거예요. 살아서 건강할 때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해서 서원하고 염송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더구나 내 피와 살이 섞여 있는 분신인 내 가족, 때로는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일가 친족, 그리고 내 주위의 여러 인연을 위해 불공 정진할 수 있다는 것은 환희한 일이요, 복 받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간절하게 희사하고 절실하게 염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참된 신행을 통해 늘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니, 우리 주위에는 온통 은혜로운 일들뿐입니다. 또 그렇게 될 때 진정한 발심이 되고, 하심(下心)이 되어서 마음도 비워집니다. 마음이 비워지면 비로소 불공의 원력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체득을 통해 자기를 희생하여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까지도 일으켜 환희한 대자대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재산에 손해가 있거나 마음에 공포심이 생기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달게 받고 퇴전하지 말아야 한다. 기쁜 일에도 역시 용맹으로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이것은 고행을 이겨내는 것이며 애착을 끊는 것이다.” (‘실행론’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