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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수업,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편집부   
입력 : 2018-02-09  | 수정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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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차가운데 연구실에서 강의 준비를 하다 보니 새삼 예전에 맡았던 교양 강좌가 떠올라서 미소를 짓게 된다. 교양강좌는 정말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도 성실하게 해서 개설하겠다고 신청하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거 같다. 위덕대학교에 몸을 담고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교양과목으로 개설했던 과목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보람된 강좌는 모두 인문학과 관련된 과목이다. 문학 전집을 읽었던 학창시절을 보내서인지 학생들에게 유난히 독서를 권하는 버릇이 있다. 신입생을 지도 학생으로 배정받으면 독서 노트까지 건네면서 졸업할 때까지 노트를 모두 독후감으로 채우면 근사한 선물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선물을 받은 학생이 없다. 다만 ‘무슨 선물 주실건데요?’ 하고 물었던 학생은 있다. 지금 군 복무 중인데 복학하면 아마 독서미션을 해내지 않을까 하면서 기대하고 있다.

교양 과목 중 본인의 전공과는 다른 인문학 관련 강좌로 매 학기 수업계획서를 준비할 때마다 고민과 즐거움이 함께했던 과목은 ‘나를 바꾼 한  권의 책’이다. 학생들에게 도서를 추천하여 감상이나 느낀 점을 서로 발표하고 공유하도록 해서 다양한 사고와 폭넓은 이해심을 가지도록 권장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책을 읽고 자기의 느낀 점 등을 진솔하게 말하고 서로 토론이나 논쟁을 하도록 열심히 독려했지만, 학생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고 책을 읽어오는 것도 서툴렀던 거 같다.

수업시간에 주제의 배경을 설명하고 저자에 대하여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큰 반응이 없어서 초반에는 잘 못 개설한 것은 아닐까. 지도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름 고민도 많이 했었다. 수강생 중에는 성인학습자들도 몇 분 있었는데 열심히 참여하셔서 그나마 힘이 되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나는 도서 중 하나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과 시집이다. 한중록은 대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로 한글로 된 순수 국문의 궁중문학이며 혼돈의 시대 중심에서 혜경궁 홍씨가 쓴 자서전적 고전문학이다. 띄어쓰기가 없고 현재 사용하는 어투가 아니라서 재해석을 해야 하고 또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했으므로 스스로 찾아봐야 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했는지 초반에는 진도가 느렸으나 학생들은 매주 읽어올 부분을 충실하게 읽어왔던 거 같다. 물론 다 그랬던 것은 아니나 연세가 있으셨던 성인학습자들이 특히 열심히 참여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학기가 끝날 무렵 TV 방송에서는 우연히 정조, 영조, 사도세자에 대한 드라마를 방영하여서 학생들의 한국사에 대한 흥미를 어느 정도 끌어낸 거 같아서 뿌듯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제목은 잊었지만 서로 다른 저자들의 시를 모은 시집도 한번 선택했던 적이 있다. ‘시집은 어려워요’ 했지만 그때 수강했던 사회체육학부의 학생들은 자신의 상황을 어루만져주고 그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시를 골라서 해석하고 또 외우기도 했다. 운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이었으나 시를 외울 때는 감성적이고 또 진솔하게 해석하는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때 수업을 들으셨던 성인학습자 한 분은 이때 외운 시는 이후에도 되뇌고 또 자녀에게도 말해준다고 하셨다. 과목을 지도했던 본인은 문학 전공자는 아니었으나 수강한 학생들은 충분히 시를 이해하고 저자와 공감을 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학술정보원은 재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는 ‘독서토론’을 운영한다. 전공을 불문하고 10여 명의 재학생들과 교수가 팀을 이루어 매주 한 번씩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서로 토론하는 모임이다.

책은 학술정보원에서 구매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심지어는 토론시간에 간식도 제공한다. 우리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독서를 권장하는 이유는 전공 이외의 분야에서 배울 점이 있으며 독서토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면서 견해를 넓히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 생각을 조리 있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독서토론이나 독서경진대회 등을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에 더 열중하고 사고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강좌를 놓고 있었는데 다음 학기부터 다시 맡아볼까 하면서 새로운 학생들과 마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이인숙/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