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깨어 있는 정신으로 오라, 2018년이여!

편집부   
입력 : 2018-01-29  | 수정 : 2018-01-29
+ -

무술년 한 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해 벽두부터 다짐했던 소망내지는 바람들이 차근차근 진행은 잘 되어 가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욕심을 내려놓고 불교의 핵심인 인과를 확연히 깨달으면 된다.
올 한 해 제대로 인과를 깨달아 간다면 만사형통, 운수대통, 의사소통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 남송 중기 임제종의 무문 혜개 스님의 저작인 <무문관>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한다. 한때 백장 스님이 사부대중에게 설법을 할 때마다 어떤 노인이 경청을 하고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사부대중들이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데 노인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백장 스님은 노인에게 “그대는 뉘시오?”하고 묻자 노인은 “나는 과거 가섭불 시대(500년 전) 이 절의 주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학인이 와서 ‘대수행인도 인과에 떨어집니까?’고 묻기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 불락인과(不落因果)’라고 잘못 대답한 그 과보로 오백생을 여우의 몸을 받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스님께서 한 말씀 베풀어 주시어 부디 저를 이 여우의 몸에서 해탈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백장 스님은 노인의 뜻에 따라 “그럼 다시 내게 물어라”고 하자 노인은 “대수행인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묻자 백장 스님은 “인과에 어둡지 않느니라. 불매인과(不昧因果)”고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크게 깨닫고 여우의 몸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 공안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인과란 무엇인가?’에 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인과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과를 넘어선 인과의 해탈, 즉 어디에도 끄달리지 않는 대자유의 인과인 진정한 해탈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수행을 많이 하여 깨닫게 되면 비록 인과에 떨어진다 해도 수행한 공덕으로 인과의 법칙은 벗어날 수는 없으되, 인과의 법칙에 끄달리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는 있다. 더 나아가 인과의 지배를 받지 않는 불락인과와 인과의 지배를 받는 불매인과의 부정과 긍정을 다 초월하는 단계로 까지 인과가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조님께서는 실행론에 “불교는 빌고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 심인공부는 내가 짓고 받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 것이며, 본심을 찾는 것이니 곧 육자진언으로써 삼밀을 밝히는 것”이고 “항상 자기에게 있는 지성과 이성을 열어서 자기의 사상과 언어와 행동을 살피고 심인을 깨치는데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인과를 깨닫는 것은 곧 본심을 찾는 것이며, 심인을 밝혀 깨치는 것이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과를 깨닫는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게 쉬우면 그 누가 죄를 짓고, 그 누가 함부로 잘못된 말과 행동과 생각을 쉽게 감히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새해 벽두부터 또 다른 나와 마주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현실을 꿈꾸며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지도 모른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무슨 소리든 만 번만 외우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인과란 우리가 좋은 말과 행동과 생각을 만 번만 되뇌면 실제로 그렇게 되돌아와 좋은 말과 행동과 생각의 씨앗을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는 이치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인과란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고대 인디언들이 굳게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습관처럼 무슨 말과 생각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지 나부터 살펴볼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향할 수 있는지, 그래서 타자의 서로 다른 것들을 인정하며 각자의 꿈과 희망을 응원해야 한다. ‘나’보다는 ‘너’, ‘너’보다는 ‘우리’라는 가치 있는 공동체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연대하며 성찰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서 더불어 가는 삶으로써의 가치 있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결핍의 욕망으로부터 자신보다는 타자의 아픔에 다 같이 공감하고 함께 꿈 꿔야 한다.

어서 오시라, 2018년이여!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오라. 그리하여 무술년의 주인공은 나로부터 시작이다.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