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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702호)

편집부   
입력 : 2017-12-14  | 수정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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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향과 깨달음

회향을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다. 1년을 마감하는 12월이라서 그렇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회향은 필요하다. 지난 일들을 정리하면서 돌이켜 볼 것은 돌이켜보고 추억할 것은 추억할 것대로 기억의 창고에 쟁여 놓아야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향은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로움을 준비하면서 보다 새로워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회향의 일반적 의미는 자기와 타자(他者·관계성 있는 주변인)가 함께 완성되고자 하는데 있다. 무아설(無我說)을 이야기함에 있어 타자는 자기의 분신이라기에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한다. 이런 의미로 진각교전에 있는 회향은 회향문에서 엿볼 수 있다. “원하건대 이 공덕이 널리 일체 미쳐져서 나와 모든 중생들이 함께 불도 이뤄지다라는 것이다. 응용편에 보이는 회향도 있다. 여기서 회향이라 하는 것은 스스로 지은 공덕을 남 위하여 돌리는 것이니 남을 위한 모든 서원도 회향이라고 덧붙인다. 이타행이 곧 회향이라는 말이다.

부모가 복전이라는 의미도 곁들여 진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을 모아 놓은 실행론무상게송에서는 자손들이 회향하여 보살 덕을 넓게 한다고 했다. 추복불사에서는 부모 위해 추복하면 삼복전을 짓게 되니 보은복전, 공덕복전, 회향하여 빈궁복전이라고 한다. “불공하여 행원으로 이룬 공덕 금일 동참 관행자에 널리 회향한다라는 경구도 있다.

회향은 정토를 구현한다. ‘유마경에서 회향심이 정토이니 보살성불 할 때에는 일체공덕 구족하며 팔난제거 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성불 할 때에는 그 나라에 삼악도와 팔난중생 없느니라라고 했다. ‘보리심론에서는 원하건대 조금도 퇴전 없이 얻은 바 선리함을 일체 유정에 모두 다 회향하고 베풀어 주어 불도에 다 향하게 하여 지이다라고 한다.

경전에서 보이는 회향은 그저 베풀고 나누는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 일체를 위해 서원하면서 동행하고자 하는 대승의 큰 울림이자 수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회향함으로써 더 크게 돌아옴의 진리도 설파한다. 경전 곳곳에서, 선지식들의 말씀 하나하나에서 이러한 가르침은 수도 없이 접할 수 있다.

회향을 생각하고 또 실천에 옮겨야 할 계절에 진언행자들은 스스로 깨달음의 정도까지도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생활 중에 깨닫고 실천하는 심인진리를 믿고 수행하는 진언행자들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마음으로 한해의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다시 계획하듯이 마음가짐이나 수행 또한 그렇게 살펴서 지혜와 자비를 밝히고 용맹정진 하는 가운데 구경성불(究竟成佛)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