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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701호)

편집부   
입력 : 2017-11-27  | 수정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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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상황 대응시스템 구축을

생활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특이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그 특이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에 있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특이상황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낸다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이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중요하다. 평소 훈련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라는 포항지진이 11월 15일 발생했다. 여진이 이어지고 각종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하루를 앞두고 일어난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됐다. 초유의 일이라고 이구동성이다. 1994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수능 연기발표는 재난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대응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한 결과로 여겨진다.

당연한 초동 조치에 이어 이제는 피해자를 돕고 복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부는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민, 관, 군이 자율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넘어진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일이다. 포항에 앞서 지진피해의 악몽을 경험했던 경주시민들이 보여준 도움의 손길은 또 다른 힘이다. 동병상련과 상부상조의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매사 준비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본에 충실해야 함은 당연하다. 지진에 대비한 건축물 시공에 있어서는 내진시공이 필요하듯이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도 내공이 필요하다. 바로 수행이다. 수행은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수행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생활이 달라지면 삶 역시 새로움의 길로, 향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혜로운 마음으로, 자비한 행동으로 복 짓는 생활을 하면 주변 환경이 먼저 변할 것이다.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는 사람도 저절로 모여들게 된다.

진언행자들은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참회하고 서원한다. 부처님의 가지원력과 종조님의 무진서원으로 뭇 중생들이 자성을 밝혀 청정한 마음을 갖도록 정성을 다한다. 식재도량을 열고 진호국가불사의 인연공덕으로 국가적 재난이 하루 빨리 소멸되기를 서원한다. 자기부터 참회하고 서원하는 것이다. 정부와 관계당국에서 모든 조직과 역량을 총동원해 사태를 종식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당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참회하고 서원하는 진호국가불사와 병행해 자원봉사활동 또한 절실하고 중요한 일이다. 구호팀을 꾸려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교화종단으로서의 소명(召命)이다.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특이상황 대응시스템을 구축해 두어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뒷받침은 절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