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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 19

편집부   
입력 : 2017-11-10  | 수정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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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퀘렌시아

자연스레 내뱉는 듯 툭툭 던지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앨범을 낼 때마다 사랑받는 가수 ‘아이유’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빠르게 지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을을 보내는 11월 아침, 나에게 있어 매일 맞이하는 아침 새벽공기는 나를 깨우치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늘 도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도시공원’ 총인원과 마주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기 때문이다. 총인원과 함께 한 시간도 1년이 다 되어 간다. 봄과 여름엔 파란 잔디와 어우러진 모습과 은은하고 잔잔한 새벽하늘 아래 맑은 향기로 다가오는 새벽의 공기는 진언의 향기로 내 몸에 들어와 자리한다.

가을 새벽 이른 시간에는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맑게 빛나는 가을 하늘이 총인원의 새벽을 더 아름다운 진언 향기로 널리 퍼지게 한다. 아무리 피곤한 일정으로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늘 새롭고 맑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인연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고맙다. 언제부터였던가.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며 나의 인연들에 감사함을 가진 것이.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철없이 멋모르고 스승이라는 자리, 교화자의 자리에서 나의 열정을 쏟아내던 때. 교화(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라는 이름으로, 스승(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이)이라는 이름으로, 전수(심인을 깨쳐 올바른 법을 전하고 주는 것)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뜻도 역할도 알지 못하고 무작정 인연에 나를 맡기고 시작했던 교화스승, 진각종의 전수님이라는 이름은 무척이나 낯설고 힘겹고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나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이끌어서 나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는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심인을 어떻게 깨쳐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법을 전하여 진정한 스승의 자리, 교화자의 자질을 갖출 것인가?”, “나 스스로 이런 질문 속에 빠져 나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교화자의 자격, 스승의 자격이 있는 것인가?” 수 없는 나 자신과의 문답 속에서, 내 삶의 모습 속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나의 갈등 속에서 찾은 해답이 있다. 바로 ‘진정한 교화는 나 자신을 교화하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랜 시간 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겉으로만 전수님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교화생활은 어느순간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하였다.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로 알겠습니다.”의 회향참회문 속의 경구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화자, 스승, 전수님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내면의 어두운 탐진치 삼독심은 그대로 둔 채, 함께 공부하는 인연에 대한 의문과 못마땅한 마음, 답답한 마음으로 모든 이를 대하고 평하면서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상대방만을 탓하고 채찍질하기 바빴던 나의 모습을 보았다.

누구나 삶에 힘든 순간들은 겪는다.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본연의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지는 곳을 퀘렌시아 곧 회복의 장소라고 한다. 내 삶에 힘든 순간들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가장 나 자신답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곳,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나 자신에게 돌아와야 한다. 나의 퀘렌시아를 갖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귀한 인연의 보살님이 내게 건네주신 류시화 님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책속 내용이다.

진언행자의 퀘렌시아는 자성법신, 심인진리이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 “심인은 곧 다라니를 내 마음에 새겨 있는 불심인인 삼매왕을 말함이요, 진리는 곧 변함없는 만유실체 본성이라 삼밀로써 내 마음에 항상 인을 새겨 가져 실상같이 자심 알아 내 잘못을 깨달아서 지심으로 참회하고 실천함이 정도니라”

모든 것은 내가 만든다. 지금의 내 모습도, 과거의 내 모습도. 좋고 나쁜 모든 것들은 내가 만든다.
나에게 있어 퀘렌시아, 즉 자아 회복의 장소는 상대방에게, 내 바깥 경계에, 환경에, 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안에 내 심인 속에, 자성 속에 있음을 알았다.

나 먼저 진정한 삼밀행을 찾아 실천하는 삶을 가꾸어갈 때 진정한 교화자, 스승, 전수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래야 나 먼저 행복하고 모든 것에 고마워하는 마음과 함께 내 삶이 윤택해 지고 나의 가는 길이 밝고 행복해진다. 삶의 진정한 퀘렌시아 - 자성법신, 심인진리를 통해 체득해 나가도록 합시다.

정진심 전수/탑주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