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62

편집부   
입력 : 2017-11-10  | 수정 : 2017-11-10
+ -

빌려준 물건을 돌려받지 못해 화가 납니다.

어찌 보면 인생은 끊임없는 ‘주고받음’의 연속입니다. 꼭 금전적인 도움만 있는 게 아니에요. '무재(無財七施)'의 가르침이 있듯이 말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는 게 바로 우리들입니다. 이러한 ‘주고받음’이 많아질수록 사람 사이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정도 더 깊어집니다. 무엇을 주고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서로 오고 간 것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인연은 아주 특별하고 따뜻해지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최고 발명품은 과연 뭘까요? 그것은 바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회용 반창고는 미국의 어얼 덕슨이라는 사람이 발명했어요. 아내가 요리를 하다가 칼에 손을 베는 일이 많아서 궁리 끝에 외과 치료용 거즈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오늘날의 반창고가 탄생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실내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막 걸음마를 시작한 손자가 양말 때문에 자주 미끄러지는 게 안타까웠던 마츠이라는 이름의 일본 할머니가 손수 만든 것이 실내화라고 합니다. 또 재봉틀은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바느질을 하는 아내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던 일라이어스 하우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주름진 빨대는 병실에 누운 아들이 우유를 먹으려고 힘겹게 몸을 세우는 것을 안타까워한 일본인 아줌마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이 되었다고 해요. 

이러한 많은 발명품들의 공통점은, 그 물건들이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자면,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지상 최고의 발명품인 거예요. 여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이들의 간절한 서원이 담겨 있는 겁니다.

자기 참회와 자비심 없이 남의 허물만 따지는 사람은 결국에는 주위 인연이 다 도망가게 되어 있어요. 반대로 누구나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요. 그들은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기 것을 많이 베풀기 때문에 주위에 선지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어록에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참신합니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 한 것이 없다. 형상을 갖춘 것은 쓰면 닳아 없어질지니, 내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재물이 받은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변치 않을 보석이 된다.”

만약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그것을 언젠가는 돌려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도와준 것이 아니랍니다. 준다는 것은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준 것을 내 마음대로 다시 돌려받지 않을 때 진정으로 준 것이 된다는 거지요. 참 베풂이란 어떤 것인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아름다운 꽃들은 형태와 빛과 향기를 베풀어서 우리들을 항상 즐겁게 해 주고 제각기 그 개성에 따라 힘껏 아름다움을 다하며 옆의 꽃이 더 아름답고 향기롭다고 해서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일도 없다. 식(識)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철따라 지고 다시 철을 찾아 피어나곤 한다.” (‘실행론’ 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