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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따라 오가는 삶의 방식

편집부   
입력 : 2017-08-31  | 수정 :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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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통과·범일 스님·불광출판사·15,000원

"사람으로 태어날 것도 몰랐고 출가할 것도 몰랐습니다. 참으로 묘하고 신비로운 삶입니다. 제 가슴 깊은 곳은 은은한 설렘으로 두근거립니다. 또 어떤 미래가 나에게 다가올 것인가? 어떤 인연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가꾸어갈 것인가?"

'통과통과'(불광출판사)를 펴낸 범일 스님의 말이다. 책에 실린 105편의 에세이는 인연 따라 오고 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인연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예측불허 삶을 건너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범일 스님은 일상의 작은 일 하나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비 오는 날 풀을 뽑다가 가뭄 끝에 숨 좀 돌리는 줄 알았는데 사정없이 뽑히는 풀의 신세를 떠올리고, 코스모스 지는 꽃잎이 바람이 이끄는 대로 떨어지는 모습에서 인연 따라 순하게 흘러가는 자세를 숙고하는 삶의 이치를 깨우치는 식이다. '걸림 없는 통과'식 시원함이다.

'지혜라는 방문객은 마음을 비우고 여관의 주인처럼 누구나 환대할 자세가 되어 있는 이 만이 맞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소중하며 가르침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 가르침은 아마도 자기를 비우고 살뜰하게 살아가는 이에게만 허락된 선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범일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산사의 조용한 일상에서 드러나는 담소(淡素)하고 진실한 삶의 지혜는 바로 이런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