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접기'(불교문예)라는 시집에서 이문형 시인이 스스로의 작품을 해설한 자설(自說) 일부다. 이 시인은 "공한 세상에서/언제나/시가 되고자 했다./이번에도 한걸음 밖에 못 나갔다"라면서 "선정에 들면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니다. 시간도 공간도 아니다. 물질도 정신도 아니다. 존재도 그 아닌 것도 아니다. 고통이나 편안함도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 너머에 있는 무엇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스스로 깨어있음을 안다. 공이 공이 아닌 것이다"라고 한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북극성의 별빛은 434년 전의 것이라고 한다. 과거를 바라보면서 존재하는 현실은 화석이기도 하다"라고 한 시인은 "이러한 것들은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것은 시에 어떻게 녹아드는 것일까?"라면서 공(空)한 세상에서 뚜벅뚜벅 큰 걸음을 걷는 시인이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