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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자주 보시나요?

편집부   
입력 : 2017-07-31  | 수정 :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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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대체로 흑인들을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그럼 흑인들은 누구를 가장 무서워할까요? 바로 한국 사람 이라고 하네요. 늘 무표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스개로 하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나의 표정과 인상은 어떠한지요? 나의 표정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나요? 공포를 주나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겉모습의 얼굴보다 스스로의 인품과 미소로 매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얼굴로 반백 년쯤 살다 보면, 얼굴에 그 사람의 성품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성품을 잘 관리하면 이십 대보다도 더 멋져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비결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미소 주름살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 보살님이 찾아왔습니다.
“정사님, 우리 집 양반이 한날 밖에서 큰 거울을 하나 구해왔지 않았겠어요? 그냥 벽에 걸어놓기에도 너무 큰 거울이라 어떡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안방 벽에 자리를 마련하고 걸어 놓았는데 어저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내가 깜짝 놀랐어요.”
“아니, 왜요?”
“각자님이랑 말다툼하다가 우연히 벽에 걸어 놓은 그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잔뜩 찌푸린 내 얼굴 모습이 어찌나 흉하게 보이던지 내가 봐도 너무 미웠어요.”

“그래요, 보살님. 마음공부 잘하셨네요. 그 거울 참 잘 장만하셨습니다. 앞으로 각자님이랑 이야기할 때는 늘 거울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세요. 각자님한테도 권해보시구요. 내가 봐도 싫은 내 모습이 상대방이 보면 얼마나 더 밉게 보이겠어요. 그리고 미소를 머금은 혹은 활짝 웃는 얼굴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한번 쳐다보세요. 참으로 예쁘게 보일 겁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거울을 보세요.”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보고 있을까요. 거울을 자주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예쁜 표정을 짓도록 연습도 해야겠습니다. 막 화가 나기 시작할 때 얼른 거울을 꺼내 들고 자기 표정을 한번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웃어보고 저렇게도 웃어보고 찡그려도 보고, 어떤 표정의 모습이 가장 매력적인 모습이 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호감과 평안을 줄 수 있겠는지 자꾸 연습을 통해서 참 보살의 미소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거울은 더함도 덜 함도 없는 지금의 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비추니, 나는 오늘도 다시 꺼낸 거울 앞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수필가 정명숙의 「거울아 거울아」에 실린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거울은 사용 용도에 따라서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가 됩니다. 거울에 비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나만의 마음속 큰 거울을 장만해 봅시다. 될 수 있는 한 자주, 하루 열 번 이상 마음속 거울에 비쳐지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길러봅시다. 내 얼굴을 매력적인 미소로 화장하듯이 내 마음을 예쁘게 다스려 나가봅시다.

회당대종사께서는 “하루 열 번 이상 자성참회만 하면 탐진치는 물러가고 본심이 일어나게 된다.”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탐진치 삼독에 중독되어 오래된 때가 덕지덕지 묻어버린, 그래서 마음속 나의 부처님의 씨앗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운 그러한 혼탁한 마음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요. 내 마음속 거울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은 자성참회가 되며, 자성참회의 실천은 본심을 일으키는 수행입니다. 그리고 이 수행은 장판의 원래의 깨끗함을 되찾고자 하는 능구(能久)의 걸레질처럼, 꾸준히 쉼이 없이 도중에 그만두는 일 없이 경건함을 담고 성실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크고 둥근 거울에 일체만상이 빠짐없이 비치듯이, 내 마음속 거울은 한 점의 티끌도 없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그대로 비추어 모자람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대로 원만하고 분명한 지혜입니다. 대원경지(大圓鏡智)입니다. 금강바라밀의 동력원입니다. 내 마음속 큰 거울이 나아가 지향하고 체득해야 할 경지(境地)입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