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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그 들어섬과 나섬의 무게

편집부   
입력 : 2017-07-31  | 수정 :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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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진각종과 인연을 맺은 지 수년이 흘렀다. 지나간 시간만큼 종립학교 교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교육관을 실천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분노로 평정심을 잃었을 때 여전히 자신을 다스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염송을 통해 어질러진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변화가 실감이 나기도 한다.

처음 심인당에 들어섰을 때 차분하고 고요한 공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리고 불사 중 경험하게 된 염송은 신기하기도 하고, 취해야 하는 자세가 어색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염송의 의미를 이해한 후에는 제법 자연스러움이 몸에 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바로 앉은 자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염송 중에 상체를 자연스레 좌우로 흔들며 리듬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한 자세로 고정된 나의 골반과 무릎, 발목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염송 시간이 지나고 정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 즈음 다리가 점점 저리는 증상을 통해 하체의 혈액순환이 순탄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하필 이 타이밍에 정사님께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시는데, 이럴 때 꼭 내 정신이 분산된다. 온 정신을 집중하여 설법을 열심히 듣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나의 육신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이다. 조심스레 상체를 뒤틀어보기도 하고, 다리를 한쪽씩 펴보지만 바른 자세를 유지한 채 집중하고 있는 신도들을 보니 내 동작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서둘러 자세를 고치고 허리를 펴보지만 한 번 풀린 자세를 바르게 잡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렇게 자성일은 또 다른 내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잠깐의 고통은 나를 바로 세우는 가르침이 되기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이 살아있는 나를 소중하게 만든다(물론 의자에 앉으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문제이다. 그렇지만 의자에 앉아야만 하는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야 일주일에 한 번, 잠깐 취하는 자세이지만, 정사님과 전수님을 포함하여 열심히 정진하는 신도들의 건강이 다소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수 시간씩 정진하시는 수행 후에는 다리가 불편하시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직업이 체육교사 이다 보니 신체 움직임이나 건강 등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레 나의 삶과 종교와 전공 분야가 일치되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골반은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복잡한 부분 중 하나이다.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고, 직립 보행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인체 구조이다. 특히 중요한 혈관이나 신경이 지나가는 경로이자 거점이다.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복근과 대퇴근은 단순히 남에게 보이기 이전에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단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부분이 한 자세로 묶여 일정 시간,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 전문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운동경험을 통해 고정된 한 자세를 오래 유지했을 때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염송을 할 때마다 고민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이미 무리가 되었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염송체조(스트레칭)을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짧게는 5분부터 길게는 수 시간까지 고정된 자세로 있었다면, 반드시 자세를 풀어주는 것이다. 자세는 이미 우리 몸이 알고 있다. 다리를 펴고 발끝을 천장으로 향하게 하자. 종아리부터 대퇴근까지 늘어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펴주자. 동시에 깊은 심호흡을 곁들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양 발바닥을 마주한 채로 무릎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며 경직된 골반 부분을 풀어주자.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다음 염송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스트레칭 자세는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미 우리 몸이 알고 있다. 접혔던 부분을 펴주고, 수축되었던 부분을 이완시켜주는 것.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섭리처럼 염송 간에 굳어졌던 우리 몸을 틈틈이 부드럽게 풀어주면, 일상에 지쳐 경직된 우리 마음도 활짝 열릴 것이다.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이 우리의 수행 역시 도입과 마무리가 중요하다. 결인했던 몸과 마음을 잘 풀어내는 해법은 바로 나 자신이 알고 있었다.

손성훈/진선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