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50

편집부   
입력 : 2017-05-16  | 수정 :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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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려란 어떤 것입니까?

한 주부가 마트에서 수박을 노크하듯 통통거려보더니 남편에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수박을 꺼내달라고 얘기합니다. 서둘러 그물을 씌워 카트에 담으며 남편이 하는 말,

“이렇게 잘 익은 수박을 사버리면, 누군가는 우리 때문에 덜 익은 수박을 먹게 되겠군.”
옆에서 무심코 듣던 제 마음에 화두가 되어 안겨든 말이었습니다. 뭐든지 먼저 고르는 사람이 임자라는 ‘복불복’식 구매에 익숙하던 저에게, 이 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구멍가게를 열었을 때, 자신의 가게는 번창했지만 옆집 가게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었답니다. 그때 그녀는 남편과 합의 끝에 가게를 줄이기로 결정했어요. 그 이유는 ‘자신들의 가게가 잘되는 것이 옆 가게들을 망하게 하는 것인 줄 몰랐다는 것’이었지요. 그녀는 가게를 축소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옆 가게로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평소보다 시간이 남게 되었고 묵상하는 시간이 길어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글이 바로 유명한 <빙점>이라는 소설입니다.

‘배려’에 관한 얘기를 쓰다 보니, 어느 노스님의 얘기가 떠오르네요. 이 스님은 몇 십 년을 힘들게 모아서 마침내 논 열 마지기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다시 열 마지기의 논을 다 팔아버렸어요. 그리고 그 돈으로 야산을 사서 개간하여 논을 만들었지요. 그러나 인부를 사서 땅을 파고 돌을 캐다 둑을 쌓는데 워낙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열 마지기의 논을 판 돈으로 겨우 다섯 마지기의 논 밖에 개간하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열 마지기 논을 팔아서 다섯 마지기 논을 가지게 되었으니 다섯 마지기를 손해 본 셈이었지요. 그러나 노스님은 희색이 가득한 얼굴로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는 논 다섯 마지기 벌었다. 참으로 기쁜 해이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 노장을 뻔히 쳐다보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스님도 참 딱하십니다. 다섯 마지기 손해 보신 것이지, 어떻게 다섯 마지기 벌었다는 것입니까?”
대중들은 그 소리에 모두 웃었습니다. 노장은 대중들의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잘 들어라. 처음 논 열 마지기는 아랫마을 김서방이 사서 농사를 잘 짓고 있으니 좋은 일이고, 이 윗마을 야산에는 전에는 없던 다섯 마지기의 논을 새로 얻었으니 좋은 일이다. 이걸 전체로 보면 논 다섯 마지기를 번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대중들은 노스님의 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의 열 마지기는 그 주인이 누가 되었든지 간에 농사를 계속 지으면 되는 것이고, 새로 개간한 논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그만큼 양식을 더해 주는 것이므로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한 학자는, 자기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만 몰두하는 경제적 인간을 가리켜 ‘합리적 바보(rational fool)’라고 지칭한 바 있습니다. 합리적 바보가 되지 않는 비책, 간단해요. 세상에는 ‘나’도 있지만 ‘남’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이 노스님처럼 역지사지의 작은 배려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지요. 요즘 ‘대박, 대박’하는데, 이 대박이란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누군가의 쪽박이 있어야 대박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탐심과 아상에 가려져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박’ 대신, 하루빨리 예전의 ‘소박’을 되찾아야겠습니다.

[문] 미혹한 사람의 중생상(衆生相)은 무엇입니까?
[답] 좋은 것은 내가 하고 나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실행론 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