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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 7

편집부   
입력 : 2017-04-14  | 수정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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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본심으로 살자

교화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묘하다. 평생의 동반자이자 내 스승인 정사님을 만나면서부터 삶과 종교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구미 지역에 있는 지원심인당 헌공불사 때나를 데리고 정사님이 간 곳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지어진 조금은 웅장한 듯, 특이한 건물인 심인당 이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심인당 안으로 들어가 해인경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하얀 바탕에 까만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여진 해인경을 보는 과정에서 회향참회 부분을 읽고 있던 난 참으로 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회향참회 부분에 있는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로 알겠습니다.”라는 말씀이었다.

심인당이라는 곳을 처음 접한 내 마음에 환한 빛으로 다가온 소중한 인연의 글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각종과 정사님과의 인연 속에서는 우여곡절이 참으로 많았다. 당시 총인이셨던 원정각 전수님, 열반하신 혜강 정사님, 지금 증일 심인당에서 교화 하시는 지명혜 전수님께서 밀각심인당에 계실때 시작한 처무생활에서 꾀만 부리고 연등 만들 때는 아이를 핑계로 일을 배우려고도 복을 지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때, 울릉도 첫 교화의 인연은 참으로 빨리 다가왔다. 처음 사동에 있는 총지심인당으로 발령을 받아 들어간 울릉도에서의 첫 새해불공, 여래심인당에서 5년간의 교화생활을 하면서 봐도 봐도 끝이 없는 바다와 수평선을 볼 때마다 답답한 내 가슴은 더없이 아파져 오고 힘만 들었다.

하루 24시간 책상 마주 하고 앉아 있을 수 있냐는 말로 교화하자는 생각을 나에게 던진 정사님의 말을 깊게 생각하지도 못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저 함께한다는 것에 좋았던 나는 고행의 길로 접어들면서 매일 아침을 눈물로 시작했다. 정진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 내가 이 새벽에 왜 잠도 못 자고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난 교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연보다는 부정적 인연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울릉도를 거부하고, 교화를 하면서도 하기 싫다, 안 한다며, 매일을 탐·진·치 삼독심에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르던 나, 처음부터 복된 인연을 짓지 못했던 마음으로, 첫 교화 발령지인 울릉도에서 겪어야 했던 교화자로서의 내 자리는 결코 만만치 않았고 절대 쉽지 않았다. 울릉도가서 못 산다고 일주일을 버티며 눈물로 시간을 보냈을 때도 나를 보던 스승님들과 나의 동반자인 정사님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저절로 참회가 된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나에게 딱 맞는 종교를 만나고 그 가르침으로 나를 깨우쳐 가기 위한 교화자의 길은 오롯이 나를 버리고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진각종을 알게 되고, 향기로운 향냄새의 지중한 인연인 정사님을 받아들이고,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허물의 그림자라는 회당 대종사님의 말씀에 마음을 빼앗겼던 나를 잃지 않고 지혜로웠다면, 인연할 수밖에 없는 교화의 인연을 기쁘고 감사하게 진정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면, 울릉도에서의 첫 교화는 어떠했을까? 내 그릇이 작고 어두워 수많은 아픔을 겪었고, 사랑하는 소중한 아버지마저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의 인연을 받아들이고 뒤늦게 참회하는 어리석음을 진리로 승화시켜 더욱 지혜로운 삶을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해도 해도 끝없는 참회를 해 본다.

내 앞에 일어나는 일들, 다가온 내 인연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불교공부이며,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중생심은 탐·진·치 삼독심에 빠져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인지, 감사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무지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인생과 인연은 시공 속에서 그저 살아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 속에서 인생과 인연은 내가 창조하는 것,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나를 일깨워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진언행자가 되자.

세상을 보고, 상대를 보는 관점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육자진언 염송을 통하여 지혜를 밝히고, 희사행을 통하여 자비심을 일으키고, 자기를 통한 상대보기 즉, 자성참회를 통해 과거의 업장 지우개로 삼아야 한다. 이치를 아는 마음이 감정을 물리칠 수 있다. 이 감정을 물리치는 마음은 곧 본심이요 보리심이다. 감정을 다스리고 보리심을 일으켜서 본심으로 살아가자. 지혜로 마음 밝히면 상대방의 허물은 보이지 않는다. ‘남의 허물만 안보아도 내 삶이 밝아지고 상대방이 밝아진다.’ 라는 이치만 알고 실천해도 진리에 대한 확신은 선다. 어떠한 행위 뒤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체험 체득하여 우리 삶과 마음에 진정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

정진심 전수/탑주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