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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 6

편집부   
입력 : 2017-03-31  | 수정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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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자기 찾는 공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교(佛敎)라고 합니다. 불교는 자기반성과 자기비판으로 참회하고 실천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불교의 생명은 실천(實踐)입니다. 그래서 불교는 믿음의 종교라기보다는 실천의 종교입니다. 실천하지 않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팔만사천 가르침은 세상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를 보는 방편입니다. 불교는 자기를 찾는 공부입니다. 불심(佛心)도 중생심(衆生心)도 자기의 모습입니다. 중생심은 불심을 볼 수 있는 자리이며, 불심은 중생심을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중생심을 통하여 불심을 알아야 하며 불심을 통하여 중생심의 움직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깨달음이란 불심을 찾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중생심을 아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망령된 생각도 나의 것이며, 진실된 말이나 모습도 나의 것입니다. 삶의 모습 속에는 어느 것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아니 버릴 수도 없습니다. 단지 원치 않는 것이 있다면 바꾸어야 합니다. 어느 마음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무엇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 이유는 버려도 끝없이 솟아나며, 버려도 곧바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불교는 자기 찾는 공부’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라는 것은 올바른 것만이 아니라 그릇된 것도 자기이며, 밝은 것만이 아니라 어두운 것도 자기이며, 넓은 것만이 아니라 좁은 것도 자기이며, 원만한 것만이 아니라 모난 것도 자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기를 잘 못 보는 것은 올바르고 밝고 넓으며 원만한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만이 자기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칠정(七情)으로 움직이는 자기는 그릇되고 어둡고 좁으며 모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중생심의 자기를 보는 것이야말로 자기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입니다.

그릇된 것을 알아야 올바른 것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어두운 것을 알아야 밝으므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좁은 것을 알아야 넓은 것을 알 수가 있으며, 모난 것을 알아야 원만한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를 안다고 하는 것은 그릇된 자리에서 올바른 것을 인식하는 것이며, 올바른 자리에서 그릇된 것을 알아차리는 양면 모두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심(本心)을 찾는 자리도 각(覺)이라 하고, 중생심을 아는 자리도 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체(體)와 그림자는 같은 것입니다. 그림자는 체를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며, 체는 반드시 그림자를 동반하는 법입니다. 체만 가지고 근본이라 말할 수 없으며, 그림자만 가지고 잘못이라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림자를 통하여 체를 바루고 체를 통하여 그림자를 아는 것이야말로 참 지혜입니다.

이러한 근본 이치를 알아야 우리는 비로소 자기를 고칠 수가 있으며, 바꿀 수가 있습니다. 수행(修行)이란 이러한 이치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것이며, 자신을 바꾸고 고치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는 것은 수행이 아니며, 바꾸지 않는 것도 수행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수행은 부처님의 본심인 옴마니반메훔 육자진언을 통하여 자신의 망심을 알아차리는 것이며, 머무름이 없는 희사(喜捨)를 통하여 부처님의 마음인 자비(慈悲)를 찾아내고 일으키게 하는 것입니다. 망심을 알아야 본심으로 살아갈 수가 있으며, 본심으로 살아야 망심을 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비를 일으켜야 밝게 살 수가 있으며 크게 살 수가 있으며, 함께 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중생심은 끝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작용하려 하고 욕심의 늪으로 빠지고, 욕심은 성냄을 일으키고, 성냄은 우주법계의 이치를 무시하고 감정을 일으켜서 그릇되고 어두운 삶, 좁고 모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생심을 알아서 욕심을 다스리고 성냄을 다스리고 어리석음을 다스리는 것이 불공(佛供)이며 심공(心工)입니다. 불교는 이러한 자기를 살피는 것이며,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자기를 만들고 이치를 알고 이치대로 살아가는 자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릇됨 속에서 올바른 것을 차고, 어두운 것에서 밝음을 찾고, 좁은 것에서 넓은 것을 찾고, 모난 것에서 원만한 것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는 자기 찾는 공부입니다. 온전한 자기를 알고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자기를 알고 산다는 것은 주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사는 것이며, 은혜를 알고 감사하게 사는 것입니다. 자기를 찾고 자기를 알고 산다는 것은 바로 보살의 삶이요, 부처의 삶입니다.

정진심 전수/탑주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