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46

편집부   
입력 : 2017-03-16  | 수정 :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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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화목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스트레스 연구자들에 의하면, 세상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30%는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합니다. 입안에 돋은 혓바늘을 톡톡 건드려서 아픔을 확인하듯이 그렇게 어떤 아픈 생각을 톡톡 건드리며 자꾸 떠올리게 되는 거예요. 혜민 스님은 이런 상황을 ‘내 생각의 감옥 안에 갇혀 있다’고 표현하시더군요.

결혼 10년차 부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부인이 신혼 때를 떠올리면서
“그때 참 좋았는데…….”
하더래요. 그래서 남편이 물었습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때?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지금까지 살아 온 만큼 똑같이 다시 살아야 한다면……?”
그랬더니 부인이 정색을 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랍니다. 그냥 살랑살랑 흔드는 것도 아니고, 무슨 헤비메탈 가수마냥 고개를 세차게도 흔들더래요. 그걸 본 남편은 은근히 섭섭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토로하더군요.

어떤 분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남자들은 기억을 잘 못하는 동물인데, 여자들은 온갖 과거를 다 기억한다는 거예요. 이 분이 신혼 초기에는 몇 만원 안 되는 월급으로 한 달을 살 만큼 아주 가난했었다고 해요.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남들이 갖다 버린 김치를 몰래 주워와 물에 깨끗이 씻어서 다시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만들어먹었을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조금 살 만 해졌기에, 가끔은 묵묵히 살아준 아내가 너무 고마워서 두 손을 잡고 “당신 때문에 내가 사는 것 같아…….” 하면서 멋 적은 미소로 분위기를 잡으면, “뭘요? 당신이 힘들어도 잘 참고 버텨줘서 우리 가정이 그나마 이렇게 행복한 거죠.”하고 맞받아 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당신, 그때 기억나요?”하면서 남편은 기억도 못 하는 어려웠던 시절 얘기들을 얼마나 가슴에 담아놨는지, 줄줄이 비엔나마냥 얘기를 꺼내는데, 그런 아내를 접할 때마다 마치 ‘미저리’에 나오는 그 여주인공 얼굴이 빙의(?)가 되더라는 거예요.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공통적으로 아내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가난으로 비참해지거나 스트레스로 골머리 앓길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 이따금씩 정색을 하고 “나 좀 보자”는 식으로 입을 여는 아내 앞에서는 움찔한 마음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거예요. 이렇듯 조금은 불행했던 과거 얘기를 뜬금없이 불쑥 꺼내면, 결국에는 서로 마음이 불편하고 심란해지는 인연으로 틀어지게 되어 있어요. 얘기를 털어놓는 입장에서야 속 시원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 마음은 그게 아니거든요. 볕 좋은 날, 벼르던 집 청소를 한답시고 먼지 털이를 사용하면 평소에 안 보이던 수북한 먼지가 다 일어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긁어 부스럼이 될 일을 애써 자초할 이유가 있을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나를 꾸짖으면 허물이 적어지고, 내가 내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화목하게 된다.” (‘실행론’ 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