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도보순례를 떠나기 전 3년 동안 지율 스님은 한 오지마을에서 머물렀다. '지율스님의 산막일지'(사계절)는 이 곳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선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오지마을에 들어선 지율 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로 일손을 보태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쌓아 가는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레 생명의 귀함과 인간사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초봄 땅이 풀리자마자 시작되어 절기에 따라 진행되는 소농들의 농사짓는 이야기를 통해 농촌의 한해살이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