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44

편집부   
입력 : 2017-03-03  | 수정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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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초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혹 대수롭지 않은 일도 참아 넘기지 못해 화를 자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남편이 미장원에 다녀온 아내를 보고 버럭 화를 낸 거예요.
“나 하고 한 마디 의논도 없이 단발머리를 하면 어떡해? 난 긴 생머리가 더 좋단 말이야!”
그러자 아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하기를,  
“그러는 당신은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대머리가 된 건데? 난 긴 머리가 더 좋다고!”
이런 경우를 흔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하지요? 문제는 자기한테 있는데, 상대 문제를 먼저 찾으려다가 결국 진심 인연으로 틀어져 마음고생하신 경험, 누구라도 있을 겁니다. 본전도 못 찾을 게 뻔한데, 괜한 말을 했다가 봉변을 당한 셈이지요.

미국의 카네기를 잘 아실 거예요. 이 카네기가 하루는 어떤 무례한 여성에게 거친 욕설을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희한한 건 그러면서도 계속 따스하고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때 옆에 있던 제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험악한 말을 들으시면서 웃으실 수가 있습니까?”
그러자 카네기 왈, “그 여자가 내 아내가 아니란 사실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네.” 
주변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 때 카네기처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 가족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오히려 그 상황을 감사해하며 말이에요.

그러나 우리 중생은, 정작 소중한 이들이 가족으로 인연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마음속에 원망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어떤 부부의 대화 내용이 이렇더군요.
아내 : “여봉~ 당신은 왜 내 사진을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녀?”
남편 : “응,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라도 당신 얼굴을 보면 씻은 듯이 잊게 되거든.”
아내 : “그래? 당신한테 내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중요한 존재인 거야?!”
남편 : “그럼! 당신 사진을 볼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얘기하거든. 「이 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을까?!」”

인생 최대의 심각한 문제를 아내로 삼다니, 불행도 이런 불행이 없습니다. 그런데 눈도 마주치기 싫을 정도로 원증회고(怨憎會苦)의 인연으로 심하게 마음고생 하시는 분들, 의외로 우리 주변에 참 많더라고요. 성자 소크라테스는 달랐어요. 그의 아내는 악처로 유명했지요. 하루는 일 안 하는 남편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악을 쓰다가 소크라테스에게 바가지로 물을 퍼다 끼얹었다고 해요. 곁에 있던 친구가 그걸 보고는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하자, 소크라테스는 태연하게도 “천둥이 친 후에는 비가 오는 법이네”라고 말하면서 젖은 옷을 훌훌 털더랍니다.

간혹 인생의 겨울이 예고 없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소크라테스처럼 초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대개 무언가에 대해 초연하려면, 그것을 수차례 경험해서 무뎌지거나 지겨워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무뎌지거나 지겨워질 정도로 초연해질 만큼의 ‘싫은 소리(?)’를 많이, 그리고 자주 듣도록 서원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내 허물을 어떻게 하여야 쉽게 알 수 있습니까?
[답]남이 내 허물을 말하거든 즐겁게 듣고, 스승과 친구와 부모와 형제에게 물으면 속히 알게 됩니다. (‘실행론’ 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