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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初發心),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것

편집부   
입력 : 2017-02-17  | 수정 :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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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순신이 오랜 전쟁 끝에 많은 병사를 잃고 시름에 빠져 있을 때 부하가 와서 토란을 내미는 장면이 있다. “먹을 수 있어서 참 좋구나, 이 많은 원한을 다 어찌할꼬”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왜 이것이 이순신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명대사라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까?

2014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아직도 뇌리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천만 관객이 모인 역대 1위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더 이상 이제까지의 영화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영화라는 이름으로 가장해 수많은 시민이 평소에 품고 있었던 ‘간절한 희망’의 대표적 집단 표현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리더가 사라진 세상’에서 이는 시대정신의 드러남으로 이어지고 다른 미래를 개혁하고자 하는 탈바꿈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시대정신의 아이콘으로 아직도 우리 곁을 지키며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상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미래를 꿈꾸는 그리하여 한 사람의 진정한 지도자의 일생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를 보면 휴머니즘이란 어떻게 오는가를 알 수 있다.

진각교전에는 “어진 왕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에 재앙이 없고, 만백성이 공손하고 부지런하고 안온하다. 그 나라의 국왕이 무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면 역질(천연두) 병이 유행하여 유정에게 재앙이 일어나고 일체 모든 유정 비정들도 오직 또한 이와 같이 죄와 복이 그러함으로 덮을 수가 없느니라.”고 설하고 있다. 또한, 장아함경에는 “일 곱 가지 법이 있으면 그 나라가 부강하여 이웃 나라 순복하고 침손됨이 없느니라. 첫째 국민들이 자주 모여 바른 일을 강론하면 장유 서로 화순하고, 둘째 임금과 신하가 화순하여 상하 서로 공경하면 장유 서로 화순하고, 셋째 법을 잘 받들어 기휘함에 항상 밝고 예와 법도를 바로 지켜 어긋나지 아니하며, 넷째 부모 효양하고 사장경순(師長敬順)하고, 다섯째 종묘 공경하고 모든 신에 공경하며, 여섯째 규문진정하게 깨끗하고 청정하여 희소까지라도 삿된 말이 없게 되면 장유 서로 화순하여 오래도록 편안하여 적에 침손 없게 되고, 일곱 번째 사문 봉사하고 계가진 자를 공경하며 돌보아서 보호하고 항상 공경하게 되면 오래도록 편안하고 적에 침손 없느니라.”고 언급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가 왜 이 지경까지 도래했는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덕이 없고 법이 없으면 질병과 재앙이 일어나고 죄와 복 또한 그러하여 덮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장아함경의 여섯 번째 사항은 실로 주목할 만하다. 한 나라가 부강하고 다른 나라에 침손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른바 여성의 소양이나 품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국민이 자주 모여 건설적인 희망과 미래를 꿈꾸었더라면, 그리하여 법을 잘 받들어 기휘함에 항상 밝아 예의와 법도를 바로 지켰더라면 이 난세에도 진정한 파천황의 시대가 도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유년 새해를 맞은 지 벌써 두 달째다. 붉은 볏을 한 닭들이, 아니 정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벼슬이 아닌 눈 밝은 벼슬들이 평화와 정의의 이름으로 눈부시게 기지개를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부처님께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變正覺)이라, 처음 한마음을 내었을 때 그것이 부처님 마음이고 바른 깨달음이다”고 했으되,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자신을 바로 보고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그리고/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전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날 갑자기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다. 철저히 자신을 성찰하고 항상 고민하며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생과 마음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 여기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 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그 무엇이 또 있겠는가.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