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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재탐색합니다

편집부   
입력 : 2017-02-17  | 수정 :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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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눈부신 혜택으로 요즘 대부분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차량 자동 항법장치) 이 달려 있다.
내비게이션 덕분에 운전자들은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더 수월해졌다. 분명한 사실은 세상이 좋아졌다.

내비게이션이 개발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운전자가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감각적으로 도로 이정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아니면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서 목적지를 찾아갔다.
또는 인터넷 지도 검색에서 출발지과 목적지를 입력하여 경로가 인쇄된 것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곤 했다.       

내비게이션에는 목적지 통합검색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나 꿈일 수도 있다. 삶의 목적과 꿈을 성취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에서 지시하는 경로를 따라 자동차를 몰고 가듯이 우리들 또한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정해진 경로를 따라 잠시만의 여유로움조차도 없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가끔 운전 중에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게 되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짧은 소리와 더불어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라는 글귀가 나타나고 새로운 경로를 잡아준다.

이 글귀는 어쩌면 처음 정한 멋진 삶의 목적과 꿈을 잠시 망각하고 바른 길로 가는 최단거리가 아닌 한참 빙 돌아가는 다른 길로 갈 경우에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다시 올바른 정신으로 정해진 목표와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화투 ‘비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화투 패를 보면 우산을 받쳐 든 사람이 그려져 있다.
그는 바로 일본의 유명한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 도후(小野道風, 894~966)이다.
오노 도후는 서예에 자신감과 열정은 넘쳐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발전이 없자 스스로에게 깊은 실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매번 “더 잘 쓰도록 하여라. 는 스승의 한마디에 서예가로서의 삶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스승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짐과 우산을 챙겨 떠나려던 순간, 개울에 빠지지 않으려고 대문 앞 버드나무 아래에서 이파리를 잡으려고 수차례 뛰기를 반복하는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한다.
“무엇 때문에 되지도 않는 짓에 그리도 애를 쓰는지…….” 개구리의 신세가 자신이 처한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모습이 처량해 더 이상 보기 싫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개구리는 다시 한 번 죽을힘을 다해 뛰어올라 마침내 이파리를 간신히 부여잡게 된다.
개구리의 그런 행동을 보고 오노 도후는 망연자실한 채 버드나무 밑에서 한참을 서 있었고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는다.

“참으로 부끄럽구나. 저런 미물도 저렇게 살려고 죽을힘을 다하는데 사람인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다.
우리가 무심결에 그저 넘겨버릴 수도 있는 흔한 화투패 한 장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

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다 하고 그저 살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기 힘든 어려움도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여 이겨내려는 마음을 접고 쉽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이와는 달리 살아남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불굴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미물인 개구리는 우리에게 인생의 스승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비광의 개구리는 “지성이면 감천이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유명한 춤꾼 팝핀 현준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룹 뒤에서 그저 춤만 추는 이름 없는 백댄서에 불과했지만 남이 뭐라 하던지 신경 쓰지 않고 무대 뒤에서 혼자서 춤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기에 사람들이 그의 노력에 감동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당당이 무대 앞에서 자신의 춤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가 있었다.

젊었을 때 실패와 실수는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기에 다시 한 번 더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나이가 들어서 행한 실패와 실수는 돌이킬 수가 없는 법이다.

김용태/심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