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43

편집부   
입력 : 2017-02-17  | 수정 : 2017-02-17
+ -

진정한 하심(下心)이란 어떤 것입니까?

어느 부자의 대화 내용이 이렇더군요. 
-아버지: “아들아, 그만 좀 놀고 공부해라. 링컨은 네 나이 때 뭘 했는지 알아?”
-아들: “몰라요. 하지만 링컨이 아빠 나이에 뭘 했는지는 알아요.”
방편을 잘못 쓴 아버지가 다그치듯 쏘아붙였던 탓에 한방 먹은 셈이지요. 아들의 유머감각에 손을 들어주고도 싶지만, 한편으론 자기 잘못보다 아버지의 허물을 먼저 지적하는 아이의 심성이 살짝 얄밉기도 합니다. 항간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참회하는데 있어서는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있어야 해요. 스님들도 처음 출가할 때나 머리를 밀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머리 손질을 하십니다. 가위 밖에 없던 시대야 별 수 없이 남에게 머리를 맡겼지만 이제는 전기이발기도 나오기 때문에 거울보고 살살 밀면 되거든요.

예전에 허리가 조금 안 좋아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정형외과를 간 적이 있었는데 의사선생님이 빼빼 말라서 피골이 상접하시더라고요. 물론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 왠지 믿음이 안 가더군요. 의사선생님 뼈마디가 저런데, 뭘 믿고 내 뼈마디를 맡기겠느냐는 마음이 들어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치과를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 해보세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자세히 보니 선생님 이빨이 몽땅 썩어 있는 거예요. 그러면 환자 입장에서 그 선생님한테 이빨을 맡기고 싶겠습니까? 마찬가지인 거지요. 우리는 상대 허물만 탓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모습이 지금 어떤지,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결국 참회와 마음공부는 ‘스스로’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마음공부를 잘 해서 상대의 허물을 보지 않고 내 허물을 고치는 삶을 살게 된다면 부부 사이는 어떻게 변할까요? 아마도 내생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당신을 택하겠노라는 대답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어느 강연장에서 강사가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하시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한 남자가 손을 들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저는 지금의 부인과 살겠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우와, 대단하다”하고 감탄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때 강사가 다시 묻습니다.
“부럽습니다. 그럼 만약에 부인이 싫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자 남자 왈, “그럼... 고맙지요. 뭐.”

대부분의 중생들은 이 남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용기를 내어 선뜻 하심(下心)을 해 보지만, 그 하심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도로 원망심을 일으키거든요. 아니면 밑져도 본전이라는 식의 무관심만 계속 될 뿐이에요. 이처럼 상대의 반응에 끄달리는 하심은 진정한 하심이 될 수 없어요. 어떻게 하면 진정한 하심을 실천할 수 있을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마음 가운데 남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비로 악은 정복된다. 화안和顔 애어愛語 자비慈悲 순후淳厚로 행하자. 부처님의 뜻을 진실로 실천하는 것이 보살이다. 밝은 눈으로 자비와 감사의 뜻을 가지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귀하고 복되게 되도록 정진하자.” (‘실행론’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