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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요

편집부   
입력 : 2017-01-26  | 수정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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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각기관[육근(六根)]을 통해서 감각대상[육경(六境)]을 대하고 감각활동[육식(六識)]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반복적인 작용을 통하여 자신의 성격과 습관과 말투가 정해지고 무의식에 쌓여져서 정신적인 요소로써 윤회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과법칙에서 우리의 감각기관인 귀와 눈 등은 우리의 정신으로 나아가는 문(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우리자신의 정신영역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정크 푸드(junk food) 라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에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스턴드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음식만을 줄곧 먹어댄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건강에는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자신의 몸에 나쁜 것을 계속 공급해왔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논리로 우리가 폭력적이거나 불건전한 것만 보아오고, 자신을 힘들게 하고 타락시키거나 나약하게 만드는 소리만 들어오고, 잡담내지 험담이나 하는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낸다면 그러한 것들은 우리의 마음에 정크 푸드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여 정신건강에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문명이 극에 치닫고 있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하는 것에 특별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백 개에 달하는 TV 채널과 인터넷, 스마트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각종광고와 잡지 등등……. 매 순간 이러한 매체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나쁜 것들은 아닙니다. 어떤 점에서는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가 우리들의 마음에 쓰레기를 먹이는 결과가 될 수 있고 우리들의 정신에 해독을 끼치기도 합니다.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출력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세 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였습니다. 총기를 난사한 그 학생은 학교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학생이었습니다. 오히려 모범생이었고, 학교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사건 조사 관계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어떻게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는가?’ 에 대한 질문에 그 학생은 “전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매일 사람을 그렇게 죽여 왔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는 수년 동안 자신이 즐겨왔던 비디오 게임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산목숨을 죽이는 죄의식에 대하여 둔감해지고 스크린을 통해서 오랫동안 일어나고 있었던 그 환영(幻影)의 모습들과 현실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진 결과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무엇을 먹여 나갈 것인가는 나의 몸의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고, 행하고 느끼며 살 것인가에 세심한 주의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TV 속 막장 드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영혼에 많은 상처를 남깁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매체들을 통한 정보의 수집과정에서도 폭력적이고 유해한 것들이 자신들의 영혼에 뿌리를 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나쁜 영상이나 이미지를 접하게 되면 나쁜 생각이 따르게 되고, 잘 훈련되거나 수행되지 않은 성품은 머지않아 피할 수 없는 유혹에 빠져 들게 됩니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성을 품고 있는 나의 마음은 이 세상 어느 무엇보다도 귀중한 존재이자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인격체입니다. 우리는 법계부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그 귀중한 것을 오염되지 않고 더렵혀지지 않도록 맑고 깨끗하게 지켜나갈 의무가 있습니다. 종조 회당대종사께서도 “우주에 충만한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시려면 자리를 청정히 하여야 한다. 먼저 내 마음속에 있는 자성을 알아 공경하여 그 자리를 밝혀야 한다.”[실행론: 2-2-5] 라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숭고한 잠재능력은 누구나 다 수행을 통하여 성불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그 씨앗을 간직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의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정화시켜 나가는 정유년 한해를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정화된 마음에 먼지나 티끌 같은 것이 앉지 못하도록, 내 마음속 부처님의 씨앗이 더러움에 오염되고 다치는 일이 없도록 마음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되겠습니다. 그래서 올 정유년에는 그 씨앗이 싹이 나서 줄기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나의 마음자리의 연(緣)을 만들어 가는 진언행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업설(業說)의 이론에 의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의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과거의 업을 어떤 식으로 싹틔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연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미래의 씨앗이 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을 보려는 노력을 하고 좋은 것을 들으려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좋게 보고 좋게 생각하고 좋게 말하는 노력을 해야 되겠습니다. 태중에 어린아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열 달 동안 공들여 훌륭한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가짐과 같이, 항상 불공하는 정성으로 내 마음속 부처님의 씨앗이 나의 성냄과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오염되지 않도록 잘 보존하고 키워나가야 하겠습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