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자유는 착각이다?

편집부   
입력 : 2017-01-26  | 수정 : 2017-01-26
+ -

“착각은 자유다.”라는 유행어에 대해 어느 철학교수가 “착각은 자유가 아니라 필연이며, 자유가 착각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지적을 했다. 따져보면 “착각은 자유다.”란 말은 남이 하는 착각에 대해 재미삼아 하는 표현이고, 정작 당사자에게 착각은 나름 분명한 근거 위에서 이루어지는 판단으로서 필연이라 할 만하다. 잘못된 근거에 사로잡힌 상태가 착각인 것이다. 덧붙인 말, “자유가 착각이다.”는 해학적으로 사용된 ‘자유’가 만만하게 사용할 용어가 아님을 반어법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마침 사람의 속박과 자유의 문제를 잘 나타낸 시가 있는데 그 시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앤서니 루돌프라는 시인의 14행짜리 시는 “I am determined by my class(나는 나의 출신계층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이다).”로 시작된다. 2행부터 13행까지는 앞부분은 똑 같고 by my class 대신 남녀성별에 의해, 종교에 의해, 유전자에 의해, 무의식에 의해, 성장기 경험에 의해, 죽음에 의해, 살고 있는 자연환경에 의해, 조국에 의해, 직업에 의해, 구독하는 신문에 의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그 외 온갖 것들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라고 열거하고 있다. 마지막 행으로 반전을 낳는데, 바로 “I am determined to be free(나는 자유롭도록 운명지워진 존재이다).” 이다.

이 시의 13행까지는 우리가 단지 외적 구속이 없으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섣부른 인식에 경종을 울려주려는 취지로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은 요소들에 속박된 존재이며, 이 요소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만들고 결국 착각을 낳는 요인이 됨을 말해준다. 그렇게 보면 자유는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힘든 과업이 되는데, 시의 저자는 마지막 행에서 그럼에도 인간은 ‘운명적으로’ 자유를 갈구하는 존재라고 밝힘으로써 속박과 자유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정리하면 우리는 평소에는 속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소박한 존재이나 실제로는 온갖 것에 속박된 존재이다. 이 인식 다음 단계에서 자유는 이상이 되고, 내적 도야를 통해 성취해야 하는 과업이 된다. 그렇게 보면, 자유는 착각이 아니라 이상이고, ‘있다 없다’를 따지게 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과정과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인 것이다.

우리를 속박하는 요소들은 위 시에서 보듯이 과거에서 현재에 이어지는 연과 업이고, 이는 기억을 통해 마음을 옭아매고 있다. 일전에 몇 번 기사화된 연예인 및 의료인 약물중독 사건과 지금 진행 중인 탄핵 정국에서 프로포폴이라는 물질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은 프로포폴 남용으로 심폐 기능이 정지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은 주로 내시경 진료시 수면마취제로 사용되는데 유독 기억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면마취에서 깨어나면 개운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 효과가 의존성을 낳는다. 기억이 차단되어 느끼는 해방감은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과거의 업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면서 향유하는 것이며 이는 약물을 통해 얻는 자유로 해석하면 지나칠까. 적어도 우리는 기억을 매개로 과거의 업에 속박되어 자유롭지 못한 존재임을 프로포폴이라는 물질이 보여주고 있음은 분명한 듯하다.

자유에 대한 운명적 추구는 사람이 일생을 두고 수행해야 할 과업이겠지만, 당장 프로포폴을 대신할 마음의 메시지는 어디 없을까?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나는 죽는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면 나는 다시 태어난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 말이 와 닿는 이유는 기억, 속박, 자유의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 아닐까. “밤에 잠들 때는 모든 활동을 그치고 마음의 갈등을 쉬어야 합니다. 아침에 깨어날 때는 모든 일에 마음을 쓰며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는 화엄경이 가르치는 교훈이다. 

신재영/위덕대 교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