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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편집부   
입력 : 2016-12-28  | 수정 :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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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서 제품의 이름은 굉장히 중요하다. 쉽게 기억되고, 오랫동안 기억되기 위하여

부르기 좋은 이름을 선호한다. 제일 좋은 이름은 제품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이다. 오랫동안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제품들의 이름이 있다.‘열두시에 만나요. 브라보콘’, ‘누가바’, ‘새우깡’, ‘쵸코파이’, ‘박카스’, ‘신라면’......

양반과 상놈을 구별하던 때에 있었던 이야기다. 백정은 상놈 중에 상놈이었다. 그 백정  중에 박상길이라고 하는 백정이 있었는데, 그 상길이가 푸줏간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상길이가 운영하고 있는 푸줏간에 양반 두 분이 고기를  사러 들어왔는데 먼저 들어온 양반님께서 대뜸 하는 말이 “이놈 상길아! 고기 두 근만 주거라.” “예, 드리지요” 하고선 정확히 칼질 한 번에 고기 두 근을 썰어 저울대에 올려 무게를  확인 시키고서는 “여기 고기 두 근이요” 했다.
나중에 들어온 양반님께서 말하기를 “여보게 박 서방! 나도 고기 두 근만 주시게나.” 
“예, 드리지요” 하고선 이번에도 정확히 단칼질에 고기를 썰었는데 먼저 썰은 고기보다 배는 됨직한 크기로 썰어서는 나중 양반에게 “여기 고기 두 근 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하고서 싸주었다. 먼저 고기를 산 양반이 가만 보니 같은 고기 두 근인데 자기 고기 두 근보다 나중 양반 고기가 배나 많은지라, 대뜸 하는 말이 “이놈 상길아! 왜 같은 두 근인데 내 고기는 작으냐?”
상길이가 대답한다. “예, 양반님께 드린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고기이고 나중에 자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고기라서 틀립니다.” 박 서방과 상길이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이름이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박 서방은 존중의 의미이고 상길이는 무시의 의미이다.

정다운 스님이 여학생에게 지어준 ‘가희’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 아름다울‘佳’에 계집‘姬’라는. 하지만 학생이 공부는 하지 않고 한가롭게 따라다니며 이름을 지어달라는 학생에게 ‘한가히’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이다. 오랫동안 기억되고 쉽게 기억되는 이름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좋은 의미가 되기도 나쁜 의미가 되기도 한다.
문득 초등학교 다닐 때 출석부를 들고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선생님이 생각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철수야, 영희야, 명자야, ... 그 시절, 그 이름들을 기억하고 싶은 날들이다. 그런 선생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이 없는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했던 그 시절, 이름을 불러 주었던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운 건 아닐런지.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고 나서는 이름 대신 직책이 늘 내 성 뒤에 따라다녔다. 이름이 계장,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상무였다. 지금도 가끔은 옛 친구를 만나면 가끔 성은 김이요, 이름은 과장이 된다. 요즈음은 김 상무가 되기도 김 시인이 되기도 한다.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렀을 때 꽃이 되는 사람이 많고,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을 많이  부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소망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