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40

편집부   
입력 : 2016-12-15  | 수정 :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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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하는 마음,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틀림’을 지적하는 삶이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삶이 되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구라도 살다 보면 몇 번쯤은 상대와 부딪힐 때가 있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는 대부분 ‘잘 하고 있던 순간’에 불시에 일어나곤 합니다. 어느 집 며느리가 있었는데 시부모에게 그렇게 잘할 수가 없었대요. 시어머니는 며느리 착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남들 앞에서 칭찬을 했다지요. 그런데 며느리가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경제적인 압박이 갑자기 높아지자 이 집 며느리는 결국 대학원 진학을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어요. 며느리가 대학원 진학을 미룬 사실을 안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안 그래도 계모임에서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마침 네가 대학원 진학을 미루기로 했다니 참 다행이다”라고 하시더라는 거예요. 이 며느리가 하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 “아들이 직장을 그만뒀으니 다시 취직할 때까지는 긴축재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금은 따지듯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 왈, “여태껏 집에서 빈둥거려도 착한 거 하나 보고 참아 줬더니만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하더라지 뭡니까.

십년 불공이 도로아미타불일 때가 있지요? ‘차라리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내가 힘들거나 지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할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시어머니에 대한 만정이 떨어지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희사법을 세우고 지권을 쥐어보지만 당장에 원망이 사그러들지는 않지요. 시어머니의 저 허물을 내 허물의 그림자로 받아들이려 해도 도무지 내 허물 어디에 저런 음침한 그림자가 있겠는가 싶어 까칠한 마음으로 고개를 휘젓게 될 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관계는 사랑과 집착이 충만할수록 애증의 늪을 넘나들 소지가 더 많아요. 요즘 드라마를 보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기억해 주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겹겹이 쌓여 끝내는 지울 수 없는 미움으로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만약 친한 친구가 내 생일을 잊고 선물도 없다면 조금 서운하고 말겠지만, 사랑하는 애인 또는 부부 사이에 생일을 잊고 지나친다면 서운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리거든요. 방금 소개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한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당신 부모님과 나, 아이들이 함께 물에 빠졌다면 당신은 누구를 먼저 구할 거야?”
남편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어요. “그야 물론 부모님이지.”
아내는 조금 섭섭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우선이겠지 하고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지요. ‘이번에는 나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예요. “그 다음에는?”
잠시 뜸을 들이던 남편이 대답했어요. “아내는 다시 얻으면 되니까 아이들을 구해야지.”
충격을 받은 부인은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인, 그러지 말고 차라리 수영을 배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구해주지 않을 사람을 미리부터 원망할 바에야, 내가 원망할 인연을 짓지 않도록 스스로 수영을 미리 배워 두는 편이 어쩌면 지혜로울지 모를 일입니다. 내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분노하기 보다는 일어나는 마음의 분노를 빨리 알아차리고 마음의 자립심을 키워야겠습니다.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원망할 일도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