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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삶의 안목은?

편집부   
입력 : 2016-11-15  | 수정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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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게 자랐던 나뭇잎들이 사르륵 소리를 내며 바람의 선율에 따라 춤을 추는 모습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강렬하던 햇볕도 조금씩 힘을 잃어 햇살이 약하게 구름 사이로 느껴지며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소리가 가을이 지나감을 대신합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 번을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눈으로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하다는 의미로 직접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본다는 것, 무엇을 본다는 것일까요. 잘 보고 있다고 생각이 드십니까?
요즘은 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TV도 봐야하고 컴퓨터도 봐야하고 상대방 모습도 봐야하고, 손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 휴대폰도 수시로 살펴봅니다. 이러다보니 우리의 눈은 보느라 바쁘고 피곤할 수밖에 없지요.
 
봐야 할 게 많아서일까요? 잘 구별해서 보라는 뜻일까요?  ‘본다’는 뜻의 한자가 여러 개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하는 見(볼 견), 남에게 보이거나 가르치는 것을 말하는 示(보일 시), 손을 이마에 얹고 바라보는 뜻을 지녀 그만큼 매사를 주의 깊게 살피라는 의미를 내포한 看(볼 간)자가 있습니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것을 관람이라 하는데 자세히 잘 본다는 뜻의 觀(볼 관), 이쪽저쪽 두루두루 본다는 뜻의 覽(볼 람), 두루두루 자세히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또, 주의 깊게 살펴본다는 뜻의 監(살필 감)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는 것에는 참으로 다양한 방법과 모습들과 의미들이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것, 사진을 보는 것, 무언가를 보기 시작하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전체를 부분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담겨있는 의미에 조금씩 접근하며 이해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습니다.

눈이 있기에 우리는 사물을 보고 관찰하고 눈으로 확인해서 취사선택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더라도 정작 자신은 볼 수 없습니다.
‘나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나보다 더 잘했을 때 그런 감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얼굴표정이나 말투, 걸음걸이, 마음 씀씀이, 행동을 보고 “옳다, 그르다” 는 잘 알면서도 자기 자신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나 말투, 걸음걸이, 행동과 마음씀씀이는 바르게 보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으로 보는 상대의 허물을 볼 것이 아니라 상대를 통해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을 때, 상대는 나의 거울 역할을 하는 좋은 인연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자기스스로에 대해서는 바르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어떻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누군가를, 내가 어떤지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살펴야겠습니다. 


사물을 보아서 알고 분별하는 견식(見識),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 어떤 것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안목(眼目)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내 삶의 안목은 어떻습니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 알아야만 내 삶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안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작 바르게 봐야 할 것은 비교대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제대로 한 발 물러나서 봐야 조금은 틀을 벗어나 일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내 삶의 안목은 내가 아는 것으로만 내가 보는 것으로만 판명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입니다. 보는 만큼만 보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요.
나의 안목이 깊어지기를 바라는 만큼,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파악하는 능력,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에 대해서 알게 될 때,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안목이 아닐까요?

심정도 전수/명선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