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11-15  | 수정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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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삼밀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다섯 살 꼬마 아이가 있었답니다. 하루는 아빠가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자야 할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대요. 그래서 “밤도 늦었으니 이제 그만 자고 내일 다시 읽자”고 하면서, 생각 끝에 마저 읽을 부분 첫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워두었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책갈피를 처음 봤는지, 신기한 눈빛으로 이게 뭐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알기 쉽기 설명해줬답니다. “이건 책갈피라고 하는 거야. 내일 되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표시를 해 두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는 걸 보고 나서야 소등을 하고 방을 나왔답니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났어요. 당시 ‘뽀로로’라는 애니메이션이 엄청나게 인기를 모으던 때였지요. 주인공 뽀로로는 ‘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속에 점점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졸린 눈을 비비며 꾸벅꾸벅 TV를 보던 아이가 갑자기 어디선가 책갈피를 가져오더니 뒷면에 풀칠을 하더래요. 대체 또 뭘 하려고 저러나 했더니, 갑자기 책갈피를 떡하니 화면 중앙에 붙이더라는 거예요.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하는 말이 “내일 다시 이어서 보려고요!”

어쩌면 아무런 가식이 없는 동심이 곧 보리심일지 모릅니다. 인간은 성선(性善)인가 성악(性惡)인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응애!”하며 세상에 나와 눈도 못 뜬 채 울어 젖히는 갓난아기의 얼굴을 본 이라면, 적어도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는 아닌 게 분명함을 깨닫거든요. 어른이 되면서 철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이 되면서 털끝만 한 이해관계 때문에 다투거나 시기하고 서로를 욕되게 하기도 하잖아요. 때로는 욕심에 이끌려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원망심을 키우는 것도 다 어른이 하는 일입니다.

하루는 여섯 살이던 막내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차에 태우는데 비가 많이 내리더라고요. 차량 앞 유리가 희뿌연 성에로 가득할 만큼 차가운 겨울비였지요. 시동을 켜고는 별 뜻 없이, “비 오는 날 좋아, 싫어?”하고 물으니, “좋아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눈도 아니고 비 오는 게 왜 좋아?”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글쎄,
“입에서 하얀 게 나오잖아요.”
순간 아이의 동심이 예뻐 보였고, 심지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지요.

노자의 말씀 중에 ‘지족(知足)하면 불욕(不辱)하고, 지지(知止)하면 불태(不殆)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지요. ‘나는 과연 만족하며 살고 있는가?’ 또 ‘나는 과연 멈출 줄 아는가?’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아름다운 식물의 세계를 관찰해 보니 정말 만물 중에 가장 고귀하다고 하는 인간들보다 순수하고 거짓이 없다. 상(相)도 없고 탐욕도 없고 그 어떤 대가(代價)도 바라지 않고 무언(無言)의 실천을 되풀이하는 진실한 삼밀작용을 하고 있다. 희생적이고 아름다운 보시와 자비로 꽉 차 있다. 이것이 진실한 삼밀이 아니겠는가?” (실행론 3-2-2)